4·3 수형인 2530명 '명예 회복' 본격화
4·3 수형인 2530명 '명예 회복' 본격화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6.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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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 수형인 유족 3일 법원에 재심 청구
우선 10명 참여…결과 따라 재심 본격화 전망
제주일보 자료사진
제주일보 자료사진

제주4·3 당시 군법회의(군사재판)에 기소돼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심에 나선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는 오는 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을 방문해 행방불명인 수형자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키로 했다.

재심은 확정된 유죄 판결에 대해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당사자 및 기타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해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것이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 당시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법회의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하고 있는 ‘군법회의 명령’ 자료에는 1948년 12월 871명, 1949년 7월 1659명 등 모두 2530명의 피고인 명단이 첨부돼 있다.

군법회의 대상자들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 총살됐으며,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행방불명됐다.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의 이번 재심은 유족 대표 10명이 우선 참여한다.

올해 1월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인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수형인 18명은 생존자로서 직접 재판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행방불명 수형인의 경우 유족들이 ‘청구 대리인’으로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행방불명 수형자가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 등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향후 동일한 소송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필문 회장은 “행방불명인 유족 중 200여명이 재심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10명만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며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서 소송 규모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후손들이 나섰다”며 “생존자가 아닌 사망한 자에 대한 재심이지만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 열린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당시 재판부는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진행된 생존수형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당시 국방경비법에서 정한 예심조사 절차 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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