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한반도를 놓고 쟁패를 벌이다
청일전쟁, 한반도를 놓고 쟁패를 벌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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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지정학으로 보는 한반도-한반도 분단 극복을 위하여(3)

 

19세기 제국주의 역사란 몇몇 강자들이 지도를 펴놓고 땅따먹기했던 역사다. 16세기 대항해 시대부터 시작된 이 게임은 막바지로 치달아 극동지역의 분할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곳은 만주와 한반도였다. 이 지역에 대한 종주권은 전통적으로 청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이곳에 진출하려는 세력은 우선 청의 종주권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게 일본과 러시아다.

강자들의 욕심은 간접적 견제, 경제적 이익, 군사적 목적, 영토적 야욕으로 상승한다. 간접적 견제는 영국이 일본을 지원해 러시아를 견제한 것과 같은 경우다. 경제적 이익은 그곳의 자원이나 농산물, 상품시장으로서의 가치 등을 말한다. 이 두 경우는 군사적 개입을 자제한다. 그러나 함대 배치를 위한 항구와 육군 주둔을 위한 기지 조성 등의 군사적 목적, 그리고 식민 지배를 위한 영토적 야욕인 경우 유혈 충돌도 불사한다.

간접적 견제와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경우를 간접 개입, 군사적 목적과 영토적 야욕까지를 목적으로 한 경우를 직접 개입으로 구분하면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은 전자에, 중국·러시아·일본은 후자에 배속시킬 수 있다. 결국 직접 개입자들인 중국·러시아·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일전을 벌인다. 그리고 간접 개입자들인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은 계산기를 두들기며 이 일전을 부추긴다.

청일전쟁은 18947월부터 18954월까지 9개월간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전쟁이다. 청은 조선을 속국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전근대 동아시아 책봉-조공 질서가 그랬다. 특히 19세기 후반에 들어 여러 열강이 조선에 눈독을 들이면서 청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압박을 가했다. 한반도는 중국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할 지역으로 여긴 것이다. 근대적 관점으로 보면 조선은 자주독립국이 아니었다.

일본은 대륙 진출을 위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해야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조선에 대한 청의 종주권을 부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조선의 개화파를 양성해서 조선에 진출코자 했으나 청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이것이 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이다.

청이 버티고 있는 한 조선에 진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청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10년의 준비 끝에 드디어 1894년 기회가 왔다. 조선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조선 조정은 우선 청나라에 진압을 요청한다. 청나라는 속방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한다. 그러면서 일본에 이를 통보한다. 왜냐하면 18854월 톈진조약을 체결하면서 조선에 출병할 때는 서로 통고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청과 일본이 전쟁할 경우 그 틈을 탄 러시아의 남하를 걱정했다. 둘 중 누구를 통해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것인가, 이것이 영국의 고민이었다. 대러시아 관계에서 청이 밀리는 것을 보고, 일본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18947월 일본과 영일 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하며 일본의 손을 들어 줬다. 러시아는 일본의 대륙 진출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청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18954월 일본의 승리로 맺어진 시모노세키 조약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청은 조선이 완전무결한 자주독립국임을 확인한다.”

청은 조선에서 손을 떼라, 우리가 조선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리고 더 큰 수확을 얻었으니 요동반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곧 러시아·독일·프랑스가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요동반도를 중국에 돌려주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일본이 동북아 핵심지역인 요동반도를 차지한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사실 이 일은 러시아가 주도하고 독일과 프랑스가 측면 지원한 것이었다.

결국 요동반도에서 철수한 일본은 이 일을 통해 러시아를 물리치지 않고서는 대륙으로 진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제 일본에게 러시아와 일전은 불가피해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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