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싱싱함 담은 제철 ‘별미’…자리와 한치가 돌아왔다
[제주일보 기획]싱싱함 담은 제철 ‘별미’…자리와 한치가 돌아왔다
  • 문유미 기자
  • 승인 2019.05.3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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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칼슘 풍부한 고소한 맛 ‘자리’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한치’
입맛 따라 회·물회·젓갈 등 가지각색
‘보목 자리돔 축제’ 사흘간 열려 눈길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슬슬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국물과 갓 잡아올린 싱싱한 수산물 등 여름 제철 음식 생각이 머릿속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제주의 여름철 별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음식이 바로 자리와 한치다. 청정 제주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자리와 한치는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이 사랑하는 소울 푸드이자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여름철 대표 별미다.

싱싱한 회는 물론 시원한 물회, 구이, 조림, 젓갈 등 맛보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며, 도내 곳곳의 음식점에서도 손쉽게 맛볼 수 있으니 제철을 놓지기 전에 진정한 제주의 맛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제주바다향 가득한 여름철 대표 별미

△자리=자리는 살아있을 때 꼬리 쪽에 빛나는 동전 모양의 보라색 빛이 특이하고 아름다운 작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도미류 생선이다. 이리저리 헤엄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특징 때문에 자리돔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자리돔 주산지인 서귀포시 보목리와 모슬포 어민들은 4월 중순부터 자리돔 조업에 나서 6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특히 이맘 때 잡히는 자리는 살이 잔뜩 여물고 탄력이 올라 고소한 맛이 깊어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자리는 지방과 단백질, 칼슘 등이 풍부해 맛과 영양을 모두 책임진다.

△한치=자리와 함께 여름철 제주 별미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한치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다리가 한 치(一寸)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제주 속담에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고 전해졌을 정도로 제주에서는 오징어보다 한치가 더 대접을 받아왔다. 제주 바다에서 많이 잡힐뿐만 아니라 제주 한치는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한치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제철로 이맘때 제주 밤바다는 환하게 불을 밝힌 어선들로 온통 불야성을 이룬다. 한치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며 비타민E와 타우린이 많아 심장질환 예방과 피로회복에도 좋다.

▲“입맛 따라 골라 드세요”

△자리물회=자리를 활용한 대표 음식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자리물회’다. “자리물회를 먹을 줄 알면 제주도민이 다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리물회는 제주의 대표 별미다.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 대표 7대 향토음식’ 가운데서도 1위로 꼽힌 바 있다.
자리물회는 손질한 자리 몸통을 잘게 토막낸 뒤 오이·양파·깻잎·부추 등 야채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한 후 물을 부어 만든다. 식성에 따라 재피나무잎 가루나, 식초 등을 넣어 먹으면 시원하고 맛이 더욱 좋다. 요즘엔 된장 대신 고추장을 넣어 좀더 친근한 맛으로 만드는 식당들도 있다. 

△자리돔 회=자리돔은 비늘이 크지만 껍질은 질기지 않아서 따로 익히지 않아도 그냥 통째로 썰어먹기 좋은 생선이다. 즉석에서 잡아 뼈째 썰어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자리돔 회는 그 고소함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씹히는 뼈 있는 자리살의 식감과 씹을 수록 고소함이 느껴지는 육질이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 좋아하는 사람은 여름철 내내 자리돔 강회만 찾는다.

△자리젓=자리젓은 자리돔을 통째로 넣어 젓갈을 담그며, 곰삭았을 때 특이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 향이 처음에는 낯설어도 한 번 익숙해지면 따끈한 밥 위에 올려먹거나 흑돼지 구이를 먹을 때 절로 생각나게 한다.

△한치물회=더운 날씨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면 살얼음 동동 띄워 이가 아릴 정도로 시원하고, 씹는 맛이 있는 한치물회가 딱이다. 한치물회는 손질한 한치를 가늘게 채썬 후 자리돔물회와 마찬가지로 야채와 양념장을 곁들이고 찬물을 부어 내놓는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한치 속살과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입맛을 한껏 돋운다.

△한치통구이=한치를 통째로 구워먹는 한치통구이는 먹물과 알이 가득해 날것으로 먹는 한치와는 다른 식감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제주 한치는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해 통째로 구워먹어도 질기지 않고 그 맛이 일품이다.

△한치회=한치 고유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한치회만한 것이 없다. 세로로 길게 썰어 나오는 한치회는 쫀득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입맛에 따라 와사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상추에 쌈 싸먹으면 된다. 바닷가 근처 테라스에 앉아 한치회 서너점과 밤바다 풍경을 안주 삼아 먹는 소주 한 잔은 잊지 못할 한 여름밤의 낭만으로 추억된다.

▲‘보목 자리돔 축제’도 돌아왔어요

제철 수산물 축제를 대표하는 ‘2019 보목 자리돔 축제’가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서귀포시 보목포구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보목 자리돔 축제는 지난해에는 마을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개최가 중단됐지만 이후 재개 요구가 잇따르면서 올해부터 다시 펼쳐지게 됐다.

올해 축제에서는 칠십리 풍물패와 보목초등학교 풍물패의 길트기 행사를 시작으로 자리돔 풍어 기원제, 전통 자리돔 잡이 모습 재현 등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자리돔 맨손잡기와 자리돔 물회 만들기, 전통 테우·카약 체험, 고망낚시, 선상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해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신명나는 잔치 한마당으로 펼쳐진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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