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실험실’, 문화로 유쾌한 일상을 부탁해요
‘생활 속 실험실’, 문화로 유쾌한 일상을 부탁해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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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영 문화기획자·관광학 박사

지난 18일 제주시청 제1별관 1층 회의실에서는 제주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 기획자, 활동가 등 7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생활문화 활동과 관련한 다소 생소한 명칭의 생활 속 실험실(리빙 랩, Living LAB)’ 설명회 겸 원탁토론회가 그것이다.

원래 리빙 랩은 MIT의 윌리엄 미첼(W. Mitchell) 교수가 2004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혹은 우리 마을 실험실로 해석된다.

사회 환경의 빠른 변화, 다양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존 제도·절차·기술의 한계가 나타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리빙 랩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업을 통해 혁신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 문화·관광 활성화 등 지역 사회 이슈 해결과 환경, 교통, 안전 등 시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 문제를 중심으로 시범 적용은 물론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2019년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날 행사는 개회 및 사업 소개, 참가자 네트워킹, 자유 토론 및 아이디어 발표 등 총 3부로 진행됐다.

70여 명의 리빙 랩 기획자 공모 참가자들은 문화도시 조성의 기본 방향 공유, 각자의 관심사와 역량 등에 대해 소개를 하는 참가자 네트워킹 세션을 통해 환경(업사이클링·쓰레기 미화·환경 미화), 도시재생·관광·편의시설, 교육, 지역·플랫폼, 동물·노인·육아, 공연 등 총 8개 분야를 주제로 하는 원탁을 마련했고 8~10명의 참가자가 둘러앉은 각각의 원탁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 즉 실험실의 문제인 지역공동체 현안 등을 논의했다.

모자라다’, ‘지나치다’, ‘잘못 돼 간다등의 표현으로 대변되는 문제들이 원인을 없애 보자’, ‘완화하자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아이디어들이 속속 원탁 위에 올려졌다.

제주시 생활 속 실험실은 공공과 민간, 그리고 시민의 협력 체계이며 공공에서 해결하지 못 했던 일상의 문제를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민 주도 하에 풀어내는 일상생활 실험실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이번 원탁 토론 후 공공기획자로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안 중심의 팀을 꾸리고 네트워킹, 협업과 협력을 통해 우리가 사는 공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선해 일상을 유쾌한 삶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리빙 랩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단어 기원이 외국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공간을 실험실로 간주하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참여와 협업을 통해 문제 도출부터 해결 방안 마련까지 이뤄내는 방식도 새로운 접근이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가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른 이해관계 당사자들과의 관계의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사회 혁신을 끌어내는 과업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리빙 랩이란 도구가 유용할 것이라는 확신은 문화도시 조성 자체가 지역의 문화가 되도록 지역 주민 주도의 사업 시행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이다. 즉 지역이 직접 설계·시행하기 때문에, 그리고 과정 중심이므로 함께 지역을 공부하며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고 이를 통해 일상이 유쾌한 삶을 꿈꿀 수 있다.

문화로 즐겁고 상쾌한 삶에 관한 물음은 지난 몇 년간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에서 때론 기획자로, 때론 생활문화 활동가로 지내며 맞닥뜨린 화두 중 하나였다.

축제를 통해 비일상성의 시공간에서 함께 만드는즐거움을 맛봤던 경험, 마을을 찾아가 고람직이 들엄직이문화토론 마당을 함께했던 경험 등은 그동안 마을이나 공동체가 대상화됐던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동시에 목표 지향보다는 과정 중심의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생활 속 실험실 프로젝트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제주시는 2016년부터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제주시를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으로 법적 지정을 받기 위한 기반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 신청 기한은 다음 달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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