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박수를
내 인생에 박수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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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5월은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한 달이다. 내게 있어 5월은 많은 의미 있는 기념일 중에, 특히 내가 소속된 단체에 체육행사가 있는 달이다.

나는 평소에는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어쨌든 매해 5월에 있는 체육대회가 참 좋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나는 체육대회 즈음만 되면 나름 열심히 운동한다. 집안 청소도 되도록 수시로 한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기꺼이 하는 바이다.

러닝머신 앞에서 걸으라면 20분도 제대로 걷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경기를 보면서 걸으라면 특히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야구 경기를 보면서 걸으라면 1회부터 9회 말까지도 거뜬하게 걸을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류현진의 새벽 경기를 1회부터 9회까지 봤다. 오늘(20) 새벽 경기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한국인이 돼서 너무 자랑스럽고 신난다. 그보다 더 신나는 일은 오늘부터 내일까지 체육대회에 선수로 뛴다는 것이다. 진작부터 써야 했었는데 마감일을 미루고 미루다 닥쳐서 쓰는 이 원고는 새벽 류현진 경기 덕분에 완성했다. 나의 체육 사랑이다.

지인 중 한 명은 내 옆에 공만 굴려 주면 밤새도록 신나게 걷는다는 황당한 얘기도 했다.

시험공부나 업무로 밤을 새우라면 초저녁부터 졸리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면 운동을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드라마를 몰아 본다거나 만화책을 본다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노래를 한다는 것 등으로 밤샘도 해봤을 테고 그런 날은 밤이 너무나 짧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은 자신들이 이토록 즐기면서 좋아했던 것들을 자신의 로 삼는 순간 대부분 사람은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내 전공이 언어라 가끔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내 머릿속 언어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 보라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계속 머릿속에 담아두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생긴다.

그런데 잠시라도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이나 사람을 떠올리면 입꼬리가 올라가게 된다. 이것은 내가 나 자신을 제어하는 게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머릿속 언어가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 좋다. 당장 그것들을 찾지 못해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다른 안 좋은 생각들에 집중할 시간이 줄게 된다.

나도 가끔 써보는데 확실히 효과가 크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스포츠 채널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행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만 해도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즐기지 못한다면 미치는 데는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공자도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 중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자신이 즐길 만한 것을 찾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말고 즐길 만한 것이 있는가. 없다면 가져볼 만하다.

자신이 즐길 만한 것이 아직 없다면 어떤 것이든 하나씩 도전해 보길 바란다. 도전해 보고 나서 그나마 평소보다 힘이 덜 들고 즐겁기만 하다면 딱 그것이다.

요새 여러 가지 이유로 살아가기 녹록지 않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내가 즐길 만한 것 하나는 누리고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즐기시라.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젊은 순간이기에.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으로 지친 자신을 위로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소중하다. 이미 당신은 이 힘든 세상에서 눈물겹고도 힘겹게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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