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비교할 때 흔히 쓰는 말이 있다. ‘도찐개찐’이다.
이 말은 어학 사전에는 ‘도긴개긴’으로 표기돼 있고 윷놀이에서 유래됐다.
윷놀이의 ‘도개걸윷모’ 가운데 윷이나 모처럼 여러 칸을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도나 개는 한 칸을 가거나 두 칸을 가거나 별반 그 차이가 없다는 뜻이 바로 도찐개찐이다.
윷이나 모로 네 칸, 다섯 칸을 앞으로 쭉쭉 나가면서 경쟁을 해야 옆에서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여당이나 야당도 모나 윷처럼 시원시원한 정책으로 경쟁을 하지 않고 밤낮 도나 개 싸움으로 밤새우고 있다.
자공이라는 사람이 정치를 하려고 스승인 공자에게 “국가 경영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께서 두말없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답했다.
오늘날처럼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적이 없다.
세계 정당사에서 이처럼 계파와 당리당략, 그리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쇼나 선동 정치, 모의 공작, 귀태 발언 같은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나라가 세상천지에 있는가.
현역 국회의원이면 그렇다 치고 정치 지망생들이 패널 등으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데 이 사람들도 진보·보수로 나뉘어 막말을 쏟아 놓는다.
쇼나 잘하고 막말이나 하고 거짓말 선동 등 노이즈 마케팅을 잘해야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받기 때문인지 진영 논리에 너무 매몰됐다.
더군다나 이들 정치 초년생은 나쁜 것만 배우고 날뛰고 있다. 이들 역시 영락없이 도찐개찐이다.
언론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관료들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이다.
더 큰 걱정은 이러한 정치판 시류를 타서 국민들까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두 동강으로 쪼개져 걸핏하면 거리로 나간다.
광복 이후 혼란기에 찬탁과 반탁으로 나라가 좌우로 쪼개진 때와 다름없는 형국이다.
내년 4월 21대 총선까지 정당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전략으로 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라가 거덜날 것이 심히 걱정된다.
경제 발전이 마이너스가 되든 말든, 실직자가 증가하든 말든 고통을 받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과연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가.
패스트트랙으로 발단이 돼 협치는 물 건너간 지 2개월이 지나가고 있고 갈수록 집권여당은 오만하고, 제1야당은 장외로 나갔다. 당 대표들의 막말 경쟁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텃밭 TK(대구·경북)에서 제1야당은 낮은 지지율을 높이면서 재미를 좀 보고 있는 반면 광주에서는 표를 잃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의당은 누구의 훈수를 두는 것인지 제1야당 대표에게 ‘사이코패스’라고 공격하고, 제1야당은 이에 화풀이나 하듯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 환자’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것뿐인가. 1개월 전에는 집권여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보고 ‘도둑놈’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정권을 ‘독재 국가’라고 낙인찍었다.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이럴 때는 강자와 가진 자가 물러서는 것이다. 이럴 때를 일컬어 ‘지는 사람이 이겼다’라고 한다.
왜 정치판이 개판 싸움이 될까? 권력과 돈 때문이다.
얼마 전에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보냈다.
권력과 부를 아낌없이 버리고 출가한 고타마 싯다르타를 깊이 생각하면서 정치인들이야 개판을 치든 말든 누가 옳은지를 중생들이 심판할 때다.
이제 ‘무신불립’을 보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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