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사회
몽니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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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수 시인·문화기획가

몽니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다.

겉으로만 보면 몽니를 부리는 사람은 괜히 심술만 내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비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그 사람은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되고 외톨이가 되어 간다.

여기에 사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 그는 외로운 늑대가 되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전문 테러 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이르는 말이다.

테러라고 하면 아주 정치적이고 대사회적이며 종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정돼 있어서 테러라는 말이, 아직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종교적 갈등이 두드러지는 나라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안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묻지마 폭행이나 묻지마 살인같은 끔찍한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개별화되고 고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계층 간의 불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모토가 우리의 인생지침처럼 내면화된 지는 이미 오래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우리를 구한 것은 민중의 단결된 힘이며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에는 외면하지 않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우리 민족의 유전자다.

IMF사태를 맞았을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민족이 바로 우리다. 그 때는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를 있게 한 그런 긍정적 에너지가 점점 소멸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만 잘 되면 되지, 다른 사람 신경 써줘 봐야 욕만 먹는다는 인식,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무조건 그르다는 인식, 나에게 이익이 되면 법을 어겨도 괜찮다는 인식, 내가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나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등이 집단 무의식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몽니라는 단어로 돌아가 보자.

받고자 하는 대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것은 실존적인 존중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고 나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그러한 욕망은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이러한 본능이 충족돼야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여유를 갖게 된다. 이성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본능이나 욕망이라는 무의식적 느낌은 감정이라는 구체적 현상으로 드러난다.

진정한 소통은 감정의 소통이며, 공감대의 형성을 통해 이뤄진다. 그렇게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서로 소통하고 있으며,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욕망이 무시당하고 존중되지 않을 때 우리는 몽니를 부리게 되고 스스로 외로운 늑대가 돼 간다.

누구나 사회 통합을 얘기하고 계층 갈등 해소를 부르짖을 수는 있지만, 말이 말로 끝나서는 희망이 없다.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고 서로의 존재가치를 깎아내리며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키지 못 하는 삶은 결국 우리 자신을 죽이는 자살 행위일뿐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호감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이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해주자. 나만이 옳다는 아집을 버리자.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내 것도 일부는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갖자. 몽니가 가득 찬 사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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