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도 ‘속빈 강정’…양적·질적 균형 성장 대책 시급
관광산업도 ‘속빈 강정’…양적·질적 균형 성장 대책 시급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5.26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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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제, 위기를 기회로…(3)제주 관광, 돌파구를 찾아라

제주 지역경제의 중심축이자 우리나라 관광 1번지의 자부심을 갖고 있던 제주 관광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제주 관광은 최근 국내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음식점·숙박업소와 관광지, 골프장들은 손을 놓고 생계 걱정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수입의 역외 유출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은 제주 관광에 대한 내부 갈등까지 조성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풀려 버린 위기의 제주 관광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위기의 제주 관광

제주관광의 위기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지만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지난해 1221일 호남지방통계청이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업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제주관광산업 동향이다. 이 자료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제주관광의 호황과 이후 극명하게 침체하는 제주 관광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제주관광산업생산 총지수는 2016년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전년에 비해 13.8% 증가했지만 2017년에는 중국인 관광객과 크루즈선 입항 횟수 감소 등으로 6.7% 하락했다.

업종별 지수는 소매업은 지난해 1분기에 1.4%, 2분기에 28.5%, 3분기에 14.3% 증가했다. 속칭 중국의 보따리상들이 주도하는 면세점이 분기별로 9.0%, 53.8%, 25.5% 증가하면서 소매업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대형종합소매업(분기별 -11.6%, -9.0%, -10.1%)과 수퍼마켓·종합소매업(-15.6%, -17.4%, -18.4%), 수산물소매업(-20.9%, -8.3%, -13.6%), 과실·채소소매업(-23.2%, -18.5%), -15.2%) 등의 주요 업종들은 부진을 면치 못 했다. 운수업지수도 지난해 1분기 5.0% 증가했지만 2분기는 -7.5%, 3분기는 -10.6% 줄었다. 숙박 및 음식업지수는 2017년에는 전년에 비해 13.0% 줄었고, 지난해 1분기 -8.4%, 2분기 -9.5%, 3분기 -11.0% 등으로 하락했다. 여가관련서비스업지수는 올해 1분기 34.4%, 2분기 174.2% 증가했다가 3분기에는 -35.0%로 급추락했다.

계속 줄어든 제주 관광객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18년 제주 방문 관광객은 13089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3.2%(433000) 줄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 방문 내국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00만명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4월말까지 제주 방문 내국인관광객은 420405(잠정치)으로 전년 동기(4186770)보다 0.3%(13635)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월별 증가폭이 211.9%, 30.4%로 크게 둔화되더니 4월에는 6.0%를 기록했다.

제주관광 내수시장은 여름 관광성수기에도 상황이 어두울 전망이다.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을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항공 좌석 공급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인가한 2019년 하계(331~1026) 정기편 항공운항 일정표에 따르면 제주노선의 경우 11개 노선에서 주 1523회 운영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주 8(0.52%) 감편돼 공급석은 13746석 줄었다.

탈출구 없는 관광숙박업계

이와 같이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황기에 급속하게 들어섰던 도내 관광숙박업계는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도 자료에 따르면 도내 숙박시설 객실 수는 지난해 1271842실에서 올해 372627실로 785(1.1%) 증가하면서 극심한 영업난을 겪고 있다. 사드 여파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영업난이 가중됐던 숙박업계는 객실 수가 증가하면서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이며 제살을 깎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만 벌써 관광숙박업 5개 업체가 휴업하고 2개 업체가 폐업했다올해 여름이 지나면 휴·폐업 업체가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골프 천국 제주는 옛 말

한동안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60%를 차지하던 골프 관광객들이 발길이 뚝 끊기면서 도내 골프장들 역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사라진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골프장 이용객은 총 1906000명으로 전년(2168000) 대비 12%(26만명) 감소했다.

특히 이 가운데 도민을 제외한 도외 거주민·외국인 이용객이 1033000명으로 전년(128만명)과 비교해 19%(25만명)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대 들어 가장 적은 규모다.

관광 수익은 역외 유출 갈등

지난해 도내 외국인면세점의 매출은 1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7년보다 약 4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이익이 제주지역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도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서 면세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에서 한해 외국인면세점 매출액이 무려 15000억원이나 되는데 우리 주머니에 돈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구조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제주관광의 위기를 놓고 당국과 일부에서는 질적 관광의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양적관광을 토대로 하지 않는 일방통행은 업계의 위기감만 극대화시킬 것이란 우려만 낳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관광이 양적·질적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책과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 해법 모색 인터뷰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
“제주 관광사업 위기 극복위해 정부·국회·도 등 대오각성 필요”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

제주 관광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제주특별자치도 등 관광정책을 결정하는 기관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합니다.”

김영진 제주특별자치도 관광협회장은 제주 관광 위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 원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적 원인인데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상 공항과 항만을 통해 관광객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데 항공기 공급좌석이 감소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중대형 기종에 대해 착륙비 완전 면제 또는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는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경적 차원과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 설득 절차를 통해 조기에 건립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제주 관광의 양적.질적 성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객실 과잉공급에 대해서는 “5~6년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으나 행정 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심각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강력한 대처에 나섬으로써 제주관광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질적 성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일고 있는데 질적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도민들이 관광산업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제주관광은 30~40년 전부터 외부 자본에 종속적인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후에는 중국 자본에 종속되고 있다라며 정부는 제주가 특별자치도라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와 제주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최근 해군기지, 2공항 갈등으로 인해 제주가 평화의 섬이 아닌 갈등의 섬으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긍정적 제주관광의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라며 제주관광산업이 미래성장 동력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도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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