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수단 ‘스마트폰’…유해 매체 차단 ‘허술’
청소년 도박 수단 ‘스마트폰’…유해 매체 차단 ‘허술’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5.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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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지난달 초·중·고 대상 도박 실태 전수조사
이용 경로 84% 휴대전화…학년 높을수록 액수 커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 접근 차단 장치 보완 시급

스마트폰이 제주지역 청소년들의 사이버 도박 이용 경로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액 도박 경험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청소년들의 도박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30일까지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5만88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2만2017명(초등학생 7975명·중학생 6767명·고등학생 7275명) 중 사이버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초등학생 56명(0.7%) ▲중학생 48명(0.7%) ▲고등학생 183명(2.5%) 등 모두 287명(1.3%)으로 집계됐다.

사이버 도박 경로에 대한 질문에 전체의 84.3%인 242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사이버 도박 유형별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온라인 카드·화투’가 각각 31명(50.8%) 및 29명(54.7%)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생은 ‘인터넷 스포츠베팅’이 161명(64.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온라인 카드·화투 게임을 접했던 청소년들이 상위 학교로 진학한 이후에는 인터넷 스포츠 베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특징은 사이버 도박에 쓴 돈의 액수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초·중학생은 ‘5만원 이하’가 대부분이었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21.3%인 39명이 100만원 이상 사용했으며, 100만원 미만도 38명(20.7%)에 이르렀다.

특히 고등학생은 부모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도박하는 초·중학생과 달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친구나 선후배에게 빌린 돈으로 도박을 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사이버 도박 중독이 학업 이탈과 학교 폭력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이처럼 도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사이버 도박에 빠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는 여전히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청소년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반드시 스마트폰에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제공해야 하지만 위반 시 처벌 규정은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본지 4월 16일자 5면 보도).

제주도교육청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일 별관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스마트쉼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도박문제관리센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 유해 차단 프로그램 설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협력키로 했다”며 “또 매달 학부모들에게 사이버 도박의 징후와 대처, 피해 사례 등에 대한 문자를 발송하고, 이미 중독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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