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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가득한 밤 호숫가…나그네 가슴 울린 영매의 북소리
별 가득한 밤 호숫가…나그네 가슴 울린 영매의 북소리
  • 제주일보
  • 승인 2019.05.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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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거울처럼 아름다운 홉스굴 호수를 가다(下)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홉스굴 호수.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호수 위로 비쳐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감탄을 자아낸다.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홉스굴 호수.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호수 위로 비쳐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감탄을 자아낸다.

홉스굴 호수는 서부 시베리아에 있는 투바공화국 경계에 있습니다. 이 호수는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로 흘러간답니다.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와 수초들이 어른거리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겨울철에 호수가 얼면 얼음이 유리처럼 투명하게 보인답니다. 호수가 본격적으로 얼기 시작하는 2월에는 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깨끗하고 주변이 아름다운 호수를 본 것은 처음이라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나무 숲이 있는 작은 섬입니다. 섬 곳곳에는 유람객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불을 때다 남은 나무들이 널려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괜히 왔구나하고 후회했지만, 같이 타고 온 몽골 사람들은 음식을 꺼내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이라도 즐거워야겠지요. 평생 타보기 어려운 배를 타고 왔으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홉스굴 호수 전경을 보고 싶어 힘들게 주변에 있는 산을 올랐습니다. 나무 숲을 헤치며 기어올랐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조망이 확 트이지 않고 호수가 숲 속에 있는 모습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자 캠프장 주인이 오더니 우리 일행에게 오늘 산에 올라 갔다 왔느냐고 따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 왔다고 하자 그는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소리칩니다. “왜 그러느냐. 거기가 못 가는 곳이냐고 묻자 그는 허가 없이 갈 수 없는 곳이라며 협박(?)합니다. 아마 아까 배를 탈 때 다툰 것에 앙갚음하는 듯합니다. “당신 맘대로 하라고 하자 기름이 없어 전기를 킬 수 없다는 등 이것저것 몽니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통역을 맡은 학생에게 다른 캠프로 옮기자고 했더니 그 학생은 이곳에 캠프는 대부분 저 사람이 관리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 학생은 개의치 말고 그냥 지내다 좀 더 위쪽에 자리한 다른 캠프에 경찰이 있으니 그 곳에 가면 신고를 하겠다고 합니다.

잊어버리자. 힘들어도 즐거운 여행을 하자고 꾹 참고 있는데 한 몽골 청년이 오더니 낚시하지 않겠느냐고 묻습니다.

낚시하다 보면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아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작은 배를 타고 얼마 안 나갔는데 물 속에 커다란 물고기가 보입니다. 몽골 청년은 긴 삼지창을 내려찍더니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올립니다. ‘코타르라는 메기처럼 생긴 물고기인데 얼마나 큰지 혼자 들기 힘들 정도입니다.

30분 만에 두 마리를 잡고 돌아왔습니다. 싱싱해 회로 먹어도 될 것 같아 몽골 아주머니에게 좀 썰어달라고 했더니 난처해합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명이 나서서 회를 떠 줘 먹을 수 있었는데 쫄깃쫄깃한 것이 참 맛있었습니다. ‘초원의 나라몽골에서 생선회를 맛보자 기분이 좋아져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새벽녘 또 호수에 나갔지만, 어제처럼 물안개도 피어오르지 않고 일출도 시원치 못합니다. 그런데 키가 큰 나무 아래 하얀 물매화꽃이 마치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피어 눈길을 끕니다. 물매화를 비롯한 분홍바늘꽃, 투구꽃, 잔대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와 고산에서 자라는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입니다. 종일 호숫가를 따라가며 야생화와 몽골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1년이 지나 다시 몽골의 스위스홉스굴을 찾았습니다. 지난번 찾았을 때 봤던 호숫가의 아침 분위기가 너무 아름다워 다시 한 번 사진에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캠프장 주인의 몽니 때문에 못 갔던 상류 지역도 보고 싶었습니다.

지인 울찌(몽골국립대 교수)와 다시 찾은 홉스굴. 불과 1년 새 호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호수 주변 곳곳에 깨진 술병과 먹다 남은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울찌가 몽골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홉스굴도 예전과 같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몽골에서 유명한 사슴족 무당이 커다란 북을 치며 굿을하고 있다.
몽골에서 유명한 사슴족 무당이 커다란 북을 치며 굿을하고 있다.

다음 날 울찌가 몽골에서 유명한 사슴족 무당이 굿을 한다는데 혹시 촬영할 생각이 있으면 말해 보겠다고 합니다. 얼른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얼마 후 울찌가 승낙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굿을 하기로 한 날이 되자 새벽같이 사슴족 무당이 있는 게르(Ger)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굿을 한다는데 너무 조용해 이상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시끌벅적한데.

한참 있으니 사슴족 무당이 무구(巫具)들을 꺼내 자그마한 상자 위에 올려놓고 그 옆으로 과자와 약간의 음식물을 놔두고는 그냥 앉아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사람들이 찾아오면 점을 봐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저녁 늦게 하늘에 별이 보이자 진짜 굿이 시작됐습니다. 유럽의 인류학자란 사람들까지 몰려와 작은 게르가 꽉 들어찼습니다. 사슴족 무당은 혼자서 커다란 북을 치며 굿을 하는데 게르 안 모두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1시간이 지나 굿이 끝났습니다.

게르에 모였던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나자 땀범벅이 된 사슴족 무당은 담배를 꺼내 피며 길게 흰 연기를 내뿜습니다. 그리고 그 흰 연기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로 하염없이 날아갑니다.

컴컴한 호숫가를 거니는 제 가슴 속에는 단 한 마디의 말만 떠오릅니다. ‘~홉스굴’. <계속>

한 사슴족 아주머니가 방목된 사슴 무리 사이에 앉아 여유롭게 담배를 태우고 있다. 사슴 무리 뒤로 소와 게르(Ger)도 보인다.
한 사슴족 아주머니가 방목된 사슴 무리 사이에 앉아 여유롭게 담배를 태우고 있다. 사슴 무리 뒤로 소와 게르(Ger)도 보인다.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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