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양심적 병역 거부자 8명 모두 ‘무죄’
제주 양심적 병역 거부자 8명 모두 ‘무죄’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5.2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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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종교적 신념 깊고 확고”
작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영향 분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8명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2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6) 등 3명에 대해 각각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법정에 다시 선 한모씨(23) 등 5명에 대해서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씨 등 3명은 2016년 2월부터 11월 사이 각각 입영통지서 혹은 소집통지서를 받았음에도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했고, 이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종교적 신념이 깊고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국가가 외면할 수 없고, 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모씨 등 5명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 거부도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같은 해 12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건에 대한 열 가지 판단 지침을 마련, 각 지검에 내려 보냈다.

해당 지침에 따라 제주지방검찰청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신념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슈팅게임(온라인에서 총기류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 접속 기록을 조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 8명이 모두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상고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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