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노무현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5.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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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오늘(23일)은 그의 서거 10주기다.

전국 곳곳에서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치인 노무현’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별명이 있었다. ‘바보’와 ‘승부사’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에 몸을 던졌다. 국회의원 선거 때 당선 안정권에 있는 지역을 버리고 다른 곳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당내 경선을 치른다. 그는 경선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 상대 후보의 공세를 회피가 아닌 정면으로 돌파하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당시 그의 대선후보 출마 연설은 격정적이어서 일부를 그대로 옮기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17년이 지난 지금 복기해도 인상적이다. 길지만 또 옮겨본다.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다.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가훈(家訓)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데로, 물결치는데로 눈치보며 살아라’였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너는 뒤로 빠져라’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애기할 수 있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자 역사 바로세우기를 시도했다. 그 중 하나가 제주4ㆍ3이다. 그는 2003년 제주를 찾아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55년 전 평화로운 이 곳 제주도에서 한국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 하나인 4ㆍ3사건이 발생해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입었다”며 “저는 이제야 말로 해방 직후 정부 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사과는 정부차원의 첫 공식 사과다.

3년 후인 2006년에는 대통령으론 처음 제주4ㆍ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그는 추도사를 통해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제주4ㆍ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위령제에 참석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올해는 가해자인 군(軍)과 경찰이 71년 만에 처음으로 사과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정치적 동지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으로 시끄럽다.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는 바닥인데 여야는 연일 막말을 퍼부으며 충돌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도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2019년 대한민국, ‘바보’ 노무현은 어떤 승부수로 꼬인 정국을 풀어나갈까? 그가 그립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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