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과 겉옷의 경계
속옷과 겉옷의 경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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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속옷의 시작은 곧 문명의 시작이었다. 팬티만한 나뭇잎을 골라 몸에 붙였던 그 순간부터 나뭇잎만한 팬티를 만들기까지 인간의 문명 그리고 속옷은 진보해왔다고 할 수 있다. 속옷의 정의는 땀을 흡수하고 보온을 위해 자기 자신의 피부나 육체에 직접 착용하는 의류의 총칭이다.

캘빈 클라인, 이브 생 로랑, 지방시 등 프랑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독창적인 언더웨어 컬렉션을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속옷 느낌의 소재와 디자인을 겉옷화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1988년 순회공연에 나선 팝 스타 마돈나의 의상을 디자인함으로써 겉옷으로서의 란제리를 대유행시켰다. 원뿔 모양의 브래지어와 거들 로 라이브 무대를 누비며 공연하는 마돈나의 노골적인 섹시 패션은 당시 란제리 룩의 신화가 되었다.

속옷을 입는 목적은 생리위생의 기능(Underwear),아름다운 인체 실루엣을 위한 체형보정의 기능(Foundation), 장식을 위한 것(Lingerie)으로 구분되어진다. 속옷은 기능과 용도, 디자인에 따라 크게 언더웨어, 파운데이션, 란제리로 구성이 되어지며 그 중 파운데이션은 브래지어, 코르셋, 거들, 올인원 등 성인여성들의 체형을 보정해주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프랑스 여성들은 16세기 경부터, 영국의 여성들은 18세기 들어서야 처음으로 가랑이 팬티의 기원인 드로우즈를 입기 시작했다. 인도의 여성들은 그들의 겉옷인 사리 속에 페티코트 이외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한복에도 팬티는 없다.

우리나라의 속옷은 단조로우나 종류가 많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의하면 직령의 사이로 속옷인 듯한 선이 보이고 있어 예로부터 입은 흔적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중국인 사신 서긍의 선화봉사고려도에 의하면선군이라는 속치마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무지기치마와 같은 양식의 것으로서 길이가 각각 다른 여러 층의 치마를 한 말기에 달아서 겉치마 폭이 푸하게 퍼지도록 하기 위해 착용한 것이며, 여러 겹으로 할수록 자랑으로 여긴 부귀한 집안 부녀자의 속치마였다.

가슴 노출이 신체의 매력으로 등장한 것은 서구 중세 시대부터다. 당시 사회 지도계급인 유럽 상류층 남성들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푸르푸엥(짧은 재킷의 형태)과 날씬한 다리를 드러낸 스타킹 모양의 팬츠를 착용했다. 반면 여성들은 남자들과의 성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엉덩이를 강조하고 옷깃이 낮은 목덜미 선으로 어깨와 가슴을 강조한 의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에도 19세기 여성들의 가슴 노출 패션이 있었다. 기생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저고리를 최대한 짧게 입어 가슴을 드러내는 한복이 유행했다. 드러난 가슴은 전통 브래지어라고 할 수 있는 누비허리가리개를 둘러야 할 정도로 노출이 심했다. 노출패션 유행을 우리선조들은 앞서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브래지어는 원래 콜셋의 상부가 유방을 눌러서 안정시키고 있던 것을 위로 연장시키는 작용을 더하고자 하는 데서 생겨났다. 푸쉬업 브라(push-up bra), 노브라(no-bra), 끈없는 브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브레지어의 전례는 고대 그리이스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브레지어의 역사는 여성가슴의 수난사와 맥을 같이 한다. 시대별 특성에 따라서 크게 과장되거나 또는 감추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여성들의 브레지어는 전적으로 남성들이 좋아하는 형태로 가슴을 만드는 의복의 일부였으며 이후 가슴을 부풀리는 도구의 하나로서 존재한 동시에 가슴을 감추기 위해 졸라매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동양을 비롯해서 청교도시기인 미국 개척시기에는 성장기 여성들에게 꼭 끼는 보디스를 입혀서 가슴을 납작하게 보이도록 했다.

고대 크리트인은 신체곡선미를 추구하여, 가슴을 풍만하게 보이도록 허리를 졸라매고 종모양의 부푼 스커트를 입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긴 천이나 가죽 밴드로 가슴을 고정하는 띠 형태인 아포대즘(apodesm)이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브래지어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가슴 노출 패션을 '클리비지(Cleavage) '이라고 한다. 가슴 사이의 골짜기, 즉 클리비지가 드러나게 V자로 깊이 파이게 목선이 들어간 스타일을 일컫는다. 영화에린 브로코비치에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선택한 스타일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고 당당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룩이다.

파운데이션은 기초, 토대라는 뜻으로 신체에 가장 밀착되어 보정하고 싶은 몸매의 라인을 고정시켜주고 실루엣을 아름답게 하는 역할을 한다. 파운데이션은 란제리가 장식적이고 기능보다 미적인용도로 착용하는 것에 비해서 몸매의 라인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강조되는 형태의 속옷이다. 체형을 가다듬고 몸 전체의 곡선을 보정하여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한 기초 의류를 말한다.

속옷은 하루를 시작하며 맨 처음 착용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탈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복이며 하루도 빠짐없이 착용하는 의복이다. 요즘은 슬림한 것이 여성신체미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르는 가치있고 다양한 속옷들이 등장하면서 속옷과 겉옷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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