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주차 마을’, 담장문화 바꾸는 일부터
‘녹색주차 마을’, 담장문화 바꾸는 일부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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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주택가 담벼락을 허물어 차고지를 조성하는 이른 바 녹색주차 마을사업은 충분히 관심을 끌만큼 신선하다. 서울과 인천 등 주차난이 심각한 대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그린파킹(Green Parking) 사업의 제주판이라지만 그 필요성은 차고지증명제 추진과 함께 정작부터 제기되 온 터다.

녹색주차 마을 사업은 집마다 담장을 허물어 자가 주차장을 만들고 남은 공간에 나무와 꽃을 심어 쾌적한 주택가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유 공간이 넉넉할 경우 작은 아이들 놀이터도 마련할 수 있다.

제주시는 이미 자기 차고지 갖기 사업으로 주택의 대문과 창고, 담장 등을 제거해 확보되는 여유 공간에 차고지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녹색주차 마을은 여기서 더 나가 이면도로 한 구역 전체로 이 사업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사업 시행이 거주민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제주시가 읍··동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를 통해서 이 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를 한다니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잘만 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제주시의 만성적인 주차난을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사업은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의 담장문화는 독특한 일면이 있다. 가정집의 경우도 높다랗게 담을 쌓고, 그것도 모자라서 철조망 등으로 위협하는 경향이 흔히 있는 일이다.

도둑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지만 그렇게 꼭꼭 막아놓고 내 영역을 확보해야만 안심이 되는 성향이 없지 않다. 이는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은폐 의식이 작용한 탓이 아닌가 싶다. 결국 우리의 담장문화는 자신을 철저하게 은폐시키려는 한국적 표현 구조의 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만치 시민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 주택가에서 담장을 잘 볼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담장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생긴 지혜가 아닌가 싶다. 담장을 허물면 바로 공간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시민들은 관리나 치안 때문에 주저할지도 모른다. 담장을 허물면 절도 및 주거 침입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CCTV 등 방범시설을 강화하면 충분히 치안을 확보할 수 있고, 또 화재 시 소방차의 진입이 원활해져 신속한 화재 진압 효과도 거둘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제주시는 서울과 인천 지역의 그린파킹 사업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면서 이 사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 이 사업을 통해 제주시가 쾌적한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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