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놀던 곳, 이 개울이 과연 용연인가
용이 놀던 곳, 이 개울이 과연 용연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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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자갈이 쌓여 밑바닥이 훤히 드러난 용연(龍淵). 가뭄에도 절대 마를 줄 몰랐던 이 곳은 더이상 용이 놀았다는 이 고장 전설의 명승지가 아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이제 별 볼일 없는 동네 개울이다. 경관이 훼손돼 옛 정취가 사라진 곳이 어디 여기뿐이겠는가마는 용연의 경우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제주시 용담동 용연은 제주 절경을 대표하는 영주 12중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의 현장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안내서에는 용연의 계곡물은 산등성이부터 바닷가로 흐르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오색 물결 빛이 아름답고 울창한 숲과 조화를 이룬 절벽과 물 속의 바위들의 모습이 수려하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옛날 선인들이 밤에 배 띄우고 풍류를 즐긴 용연야범의 장소로 유명하며 수많은 마애명이 절벽에 새겨져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지정했다는 말도 곁들이면서.

이런 명승지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그 실상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짓는다니 이건 어쩌면 사기 행위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용연이 이렇게 황폐화되는 배경은 자연재해가 아니고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용연은 한천(漢川)의 하류 지역으로 서한두기 앞바다와 탑동 해안으로 연결된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구름다리 밑 수심은 적어도 10m는 됐는데 이젠 물이 빠지면 바닥까지 드러날 정도라며 상류에서 모래, 자갈 등이 떠내려온 것도 모자라 최근엔 탑동 월파방지 설치 영향으로 조류가 바뀌었는지 서한두기 쪽으로 오는 파도가 무척 매서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이 770m로 조성되고 있는 인근의 탑동 월파방지 방파제 조성으로 인한 조류 변화가 원인의 하나라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만큼 그 원인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개발행위로 인한 해안 경관을 훼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겠다. 4면이 바다인 제주도의 해안 경승지는 도시의 미래가치 마련을 위한 중요한 제주도민의 공유자산이므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용연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도의 해안 및 경승지 경관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제주도가 해안 경승지 보존을 위한 장기적인 추진 전략을 세워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하고 천혜의 자연 경관을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

해안 경승지는 제주도민의 공유자산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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