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움막집과 4대 계급 사회를 보면서
강변의 움막집과 4대 계급 사회를 보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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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회보 편집장·수필가·시인·논설위원

버스가 강변 도로를 지나간다. 움막집이 즐비하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늘어난 것 같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인 관광객을 전담한다는 인도 가이드 S씨는 저 움막집은 가난한 사람들이 잠시 살고 있다라며 우리 일행이 묻기도 전에 미리 말한다.

아마도 인더스 문명과 간디의 비폭력 운동을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 자기 나라의 서글픈 역사와 현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들은 강가에 사니 물 걱정, 빨래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구나! 혼자 상념에 젖었다.

움막집 사람들은 바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다. 사람들과 접촉할 수 없는 천한 백성이란 뜻이다. 13억 인도 인구의 14%에 달하는 숫자다. 인도에만 존재한다.

최하층 신분인 불가촉천민은 인도 카스트(Caste) 제도의 산물이다. ‘카스트라는 명칭은 근대 인도 서해안에 세력을 잡았던 포르투갈인들이 인도의 신분 제도를 보고 혈통이란 뜻의 카스트라 부르며 비롯됐다고 한다. 인도인은 예로부터 카스트 계급을 바르나라고 불렀다. 바르나는 색깔을 뜻한다.

기원전 1500년쯤 인도 역사 전면에 아리아인이 등장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그들은 산맥을 넘어 인도를 침입했다. 인도를 정복한 아리아인은 흰 피부였고 원주민은 검은 피부였으니 이를 구별하려 했다.

그러다 인도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이들 계층 간, 직업에 따라 몇 단계로 나뉘었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등 네 집단이 형성됐다.

검은 피부의 원주민은 수드라로 분류됐다. 4대 계급 사회가 발생하게 된 근원이다.

제사를 지내는 사제(司祭)는 제사의 중요성을 내세워 자신들이 제일 높은 자리에 있길 원했다. 사제는 곧 브라만이라고 해 아리아인의 정신적 지도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어 군인들이 힘을 키워 왕과 귀족이 돼 크샤트리아를 구성했다. 그리고 바이샤는 농사와 목축을 하거나 상업, 무역하는 서민들이었다. 끝으로 수드라는 이들 세 계급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는 노예들이다. 카스트는 출생할 때부터 정해지고 세습됐다. 여기서 인간의 불행은 시작됐다.

청소나 빨래 등 일은 대대로 승계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드라 아래에는 카스트 제도 안에 들어가지 못 하는 불가촉천민이 존재한다.

불가촉천민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다른 계급과 따로 떨어져 살아야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과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으니 지구 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존재할까?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금지됐다니 강변의 누더기 천막에서 평생을 보내란 말인가? 천민은 자자손손 이어간다니 큰 불행이다.

인도 정부는 이 불평등한 제도를 법으로 금지했지만 저마다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외면한다. 상류계급은 더 편한 생활이니 획기적인 변화(평등)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강 유역에서 기원전 2500년쯤 발생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황허 문명과 함께 세계 4대 문명의 하나다. 인더스 문명 유적은 인도의 자랑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도를 살펴보자. 인도는 자타공인 IT 강국이다. 핵을 보유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다종교, 다종언어의 나라에서 계급 사회의 변화 물결은 잔잔할 뿐이다.

최근 인도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7위의 넓은 땅에 13억 소비시장을 두고 너도 나도 인도를 사랑한다.

인도 중앙 정부의 총리는 외국 정상들의 회담 요청을 선별할 정도다.

인도가 자랑하는 불가사의 건축물 타지마할, 성스럽다는 갠지스, 불교의 4대 성지. 이런 곳을 다시 순례하면서 움막을 지나는 이방인은 그저 우울할 뿐이다.

천부의 인간 평등을 골고루 누릴 수 있길 소원하며.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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