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과 ‘금성인’의 날
‘화성인’과 ‘금성인’의 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5.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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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유행하는 5060 부부에 관한 우스갯소리 하나. 나이 들면서 가장 필요한 다섯 가지를 말하라 했더니 여성은 돈··건강·친구·찜질방을, 남성은 아내·마누라·애들 엄마·집사람·와이프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내일(21)부부의 날’(Couple’s Day)이다. 2007년 여성가족부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부부란 콩깍지가 씌어서 계산 없이 그냥사랑하는 사이다. 티격태격 싸움도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 나이를 먹는다.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처럼, 부부(夫婦)란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예쁘고, 오래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사이다. 그러나 늙어서 서로 소 닭 쳐다보는 듯한 동상이몽의 관계가 되고, 끝내 졸혼’, ‘황혼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00원 화폐에 초상이 그려진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 선생 부부 일화다.

퇴계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큰 형 집으로 갔다. 제사음식이 가득 차려졌는데, 갑자기 제사상 위의 배가 또로록 굴러떨어졌다.

그 때 정신장애가 있던 퇴계의 부인 권씨가 떨어진 배를 보고, 치마에 슬쩍 감추다가 큰 형님에게 혼났다. 무안해진 퇴계는 부인 권씨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왜 그러셨소.” 부인 권씨가 대답했다. “먹고 싶어서요.”

퇴계는 배를 손수 깎아 부인에게 먹여줬다. 그에 더해 친척들에게 할아버지(망인)도 손자며느리가 음복하는 것을 귀엽게 여길 것이라고 말하며 부인을 감싸줬다. 예의를 중시하던 그가 왜 그랬을까. 그건 그가 일생 동안 말하고자 했던 진심. “사람이 먼저였다.(퇴계의 사람공부, 홍익출판사, 이광희 옮김, 20195)

 

한 연구소가 5060 은퇴자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 관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운 대상으로 60%가 아내를 꼽았다. 그러나 아내는 37%만 남편을 꼽았고 친구나 이웃(29%), 자녀(26%)가 그 뒤를 이었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누구냐니까 남편은 자녀가 1순위라고 답한 반면 아내는 남편이라고 응답했다.

나이가 들면서 남편은 아내 의존적으로, 아내는 사회지향적으로 변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부부 일심동체(一心同體)란 말이 이젠 낯설고 이심이체(二心異體)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남과 여는 서로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사고나 생활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갱년기 이후 남자는 감정에 민감해지고 공격성이 약해지는 반면 여자는 감정 변화가 약해지면서 안정적인 뇌 구조를 갖게 된다. 남자는 점점 여성스러워지지만 여성은 가족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도 감퇴한다고 한다.

 

살다 보면 가정의 권력은 상당 부분 아내에게 넘어간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나이를 먹다간 곤란한 상황을 당하게 된다. 대학 입시를 치를 때나 직장 초년 생활을 할 때처럼 머리를 써 가정사를 연구해야 하고 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건 그래서다.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가 관건.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남이며 따라서 서로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퇴계는 이렇게 말했다.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며 만복의 근원이다. 지극히 친하고 가깝지만, 지극히 바르게 하고 삼가야 한다. 부부가 못 할 짓이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서로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별에 사는 5060 부부, ‘화성인금성인은 뇌 구조가 다른 사람이니까. 서로 공경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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