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나라’ 몽골이 품은 거대 호수
‘초원의 나라’ 몽골이 품은 거대 호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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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거울처럼 아름다운 홉스굴 호수를 가다(上)
‘몽골의 스위스’로 불리는 홉스굴을 찾았다. 홉스굴 호수는 몽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울란바토르에서 서북쪽으로 600에 위치했다. 호수 속 조약돌까지 훤히 보일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다.
‘몽골의 스위스’로 불리는 홉스굴을 찾았다. 홉스굴 호수는 몽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울란바토르에서 서북쪽으로 600에 위치했다. 호수 속 조약돌까지 훤히 보일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다.

몇 년간 몽골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습니다. 언젠가 한 몽골아카데미 교수가 제게 물었습니다.

몽골을 자주 찾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아마 서 선생처럼 몽골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 사람도 드물 겁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선생만큼 몽골 곳곳을 가보지 못 했을 것 같아요. 무엇이 좋아 그렇게 매년 몽골에 오는지 모르겠군요.”

난데없는 질문에 한참 동안 대답을 못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동안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알타이 산맥 4, 고비 알타이 2, 옛 몽골 수도 하라호름은 무려 5번 다녀왔습니다. 몽골 사람들도 한 번 가보기 힘들다는 곳들이라 이런 질문을 받을 만도 합니다.

1991년부터 시작된 몽골기행. 매년 여름이면 필름을 잔뜩 챙기고 떠났던 미지의 땅 몽골. 무엇이 그렇게 저를 이 곳으로 이끄는지 그 해답에 대해 고민하던 때 몽골의 스위스라 불리는 홉스굴을 찾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홉스굴을 찾는 여행객이 별로 없던 시기였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다니는 국내선 비행기표를 어렵게 구해 홉스굴아이막 도청 소재지인 무릉이란 도시로 향했습니다.

홉스굴에 대한 정보는 여행 잡지에 실린 것을 봤을 뿐 자세히 아는 사람들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무릉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홉스굴 호수 수중 촬영을 다녀왔다는 미국인 스쿠버다이버를 만났습니다. 그는 수중 사진과 함께 호수에서 찍은 여러 사진을 보여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호수가 마치 거울처럼 맑고 신비로울 뿐 아니라 수중 사진을 보니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란 말이 실감이 됐습니다.

홉스굴 호수는 울란바토르에서 서북쪽으로 600에 위치했습니다. 몽골에서는 옵수노루 다음으로 두 번째 큰 호수랍니다. 남북 길이가 136, 동서는 36.5이며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은 246m입니다.

무릉공항에 도착하니 이 곳에서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야 호수에 도착한답니다. 여행잡지에는 10시간 걸린다고 나왔지만, 현지 운전사는 5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하루 일정을 예상했으나 5시간이면 된다고 하니 하루를 번 셈이라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 지프 2대를 타고 비포장도로와 거친 협곡을 지나 꼬불꼬불 돌아가는데 날씨가 잔뜩 흐립니다. 얼마 전 큰 비가 내렸는지 길이 미끄러워 동산에서는 몇 차례 오르내리기를 반복합니다.

드넓은 초원에는 양과 염소 떼가 장관이지만 우선은 호수가 오늘 목적이라 서둘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숙소인 캠프에 도착하기 위해 미끄러운 길을 마치 곡예하듯 달려 산 능선을 오르니 드디어 숲 사이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수가 있어서 그런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숲이 대단합니다. 숲 사이에 게르(Ger)들이 있는데 이 곳이 관광객 숙소인 캠프장입니다.

이 호수에는 유람선이 다니는데 몽골에서 유일한 배로 몽골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주선과 같이 신기한 볼거리라고 한다.
이 호수에는 유람선이 다니는데 몽골에서 유일한 배로 몽골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주선과 같이 신기한 볼거리라고 한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또 차를 타고 와서 모두 지쳐 오늘은 우선 식사부터 한 후 내일 본격적으로 호수 답사를 할 예정인데 캠프장 주인이 찾아와 내일 유람선을 타고 호수 중간까지 가는데 혹시 배를 빌리지 않겠느냐고 묻습니다.

몽골에서 유일한 배가 이 호수에 있고 그 배를 타고 호수 중간에 있는 섬까지 간다는 것입니다.

몽골에 단 한 척 있는 배인데다 내륙 깊숙한 초원의 나라에서 배를 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빌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호수에 나갔더니 해가 떠오르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붉게 물든 호수는 장관입니다. 이런 순간을 언제 또 만날 수 있나 싶어 정신없이 촬영하고 있는데 한 몽골 사람이 말을 타고 호숫가를 거니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첫 날부터 너무나 찬란한 모습에 기분이 아주 상쾌합니다.

해가 떠오를 무렵 한 몽골 사람이 말을 타고 호숫가를 거닐고 있다.
해가 떠오를 무렵 한 몽골 사람이 말을 타고 호숫가를 거닐고 있다.

배를 타기로 약속된 장소에 갔는데 웬걸 많은 몽골 사람이 몰려있습니다. 그리고 배 안에도 이미 사람들이 타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 전체를 빌리기로 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캠프장 주인이 이 배는 몽골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주선과 같아서 이 인근에 있는 몽골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도 하고 한 번 타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니 이해하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우리 양해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했지만 막무가내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배를 안 타겠다고 하자 그는 배를 안 타도 예약했으니 요금은 내야 한다고 엄포를 부리며 이러다간 여기 있는 동안 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갈까지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배를 타고 기분 잡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캠프장 주인은 배를 탄 다른 몽골 사람들에게도 요금을 받았답니다.

이러한 실랑이를 벌였던 때문인지 캠프장 주인은 우리 일행이 머무는 동안 얼마나 심술을 부리던지. “기름이 없어 전기를 켤 수가 없다는 등 지금 껏 몽골을 다니며 처음 보는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무슨 몽니(?)를 더 부릴지 걱정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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