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의 자원적 가치
해양생물의 자원적 가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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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이학박사·논설위원

요즘 맑은 날 제주 해안가를 지나다 보면 도로 가장자리에 길게 널려진 분홍색의 해조류 건조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에서는 천초라 불리는 홍조류의 일종인 우뭇가사리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 여름철에 많이 먹었던 우무국의 원재료다. 대부분 우뭇가사리는 단순 식품 원료로만 알고 있지만, 성분은 아가로스(agarose)와 아가로펙틴(agaropectin)이라는 2가지 다당류가 주성분인데 이 중 아가로스라는 물질은 굳는 성질인 겔화 기능이 있어 유전자 연구 및 진단 기술에 필수적인 시약으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며 미생물 분리 배양에 쓰이는 한천 역시 우뭇가사리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렇듯 여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또한 물성이 특이한 데다 냄새가 없어 식품첨가물로 많이 이용되며 최근 들어서는 한천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저에너지 식품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제주에서 우뭇가사리와 더불어 기능성이 보고된 또 하나의 해조류가 감태다. 감태는 인위적으로 채취는 안 되고 있으나 풍태(風苔)’라고 해 파도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을 수거하고 있다. 감태는 미역, 다시마 등과 같은 갈조류이지만 실제 먹거리용 식품으로 가공되지는 않고 있으나 탄닌 계열의 폴리페놀 함량이 다른 해조류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물질인 씨놀(seanol)을 비롯해서 감태에서 추출된 여러 가지 성분은 기능성 건강식품 원료로 개발되거나 연구된다.

일반인에게 기능성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후코이단(Fucoidan)이란 성분 역시 1996년 일본 의학 관련 학회에서 효능과 유용성이 보고됐는데 이는 미역, 다시마 등의 갈조류의 점액성 물질에서 추출된 성분이다.

우리나라의 해조류는 국립생물자원관의 종 목록에 따르면 약 900여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주에는 제주생물종다양성연구소의 제주지역 생물종 목록집에 근거하면 약 700여 종이 보고돼 있다. 국내 해조류의 약 78% 정도가 제주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제주에서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1000여 명의 해조류 분야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제23차 국제해조류 심포지엄인 ISS 2019(International seaweed symposium 2019)가 열렸다.

여기에서 제주 세션을 포함한 세부 분야별 미니 세션에서 600여 편의 논문들이 발표됐다. 1952년에 시작해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학술대회로서 제주에서 개최됐다는 것은 해조류뿐만 아니라 제주 바다와 해양생물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결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 해조류가 지금까지 단순 먹거리인 해초(海草)로서만이 아닌 기능성을 부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원적 가치 차원에서 제주는 다양한 해양생물 종 수만큼이나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최근 환경 변화 및 미세플라스틱 등의 오염원 증가로 인한 해양생물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기능성 유용 해양생물의 보존과 인공 대량 생산은 현재의 양식기술과 접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용한 약으로 통하는 세기의 명약이 있다. 바로 감기·몸살·두통약이자 심장병 예방약인 아스피린(아세틸 살리실산)이다. 이 약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제주 해조류 또는 해양생물에서 아스피린 같은 명약을 찾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오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5월의 바다는 육상의 실록처럼 어느 계절보다도 푸르다. 자원 보고로서의 제주 바다를 가꾸고 해양생물자원의 산업화적 관점에서 관심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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