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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주택, 매일 문을 엽니다
고씨주택, 매일 문을 엽니다
  • 제주일보
  • 승인 2019.05.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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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상주하는 사람 없이 집 문을 열어두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둑이 들 걱정에 아무나 들어와 시설을 망가뜨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제주도 옛집의 정낭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랍고 신기한 마음을 가졌다.

제주시 산지천 변에 고씨주택이 있다. 일본식과 제주식이 섞여 있는 오래된 전통가옥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관리를 맡았고 재생사업으로 사업계획이 잡혔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어렵게 보존한 건물이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함께 받았다.

어렵사리 살려놓은 집을 왜 잠가놓느냐는 항의와 불만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시간이 벌써 꽤 흘렀다.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계획에는 고씨주택을 제주사랑방과 제주책방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누구나 쉽게 찾아와서 정담을 나누고 제주도나 제주에서 발간되는 책이나 자료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업 목표다.

이제 봄이 되고 5월이 지나며 탐라문화광장에서 매주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공연과 장터, 소규모 축제와 전시도 계속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고씨주택과 그 앞에 놓인 케왓(옛 유성식품)건물이 잠겨 있음을 탓하고 아쉬워 한다.

한 달 전 고씨주택의 상설 개방을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인원을 들여 오전부터 오후까지 공간을 개방했다. , 주말에는 닫아놓기로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센터로서는 공간에 대한 수요와 운영계획, 프로그램을 좀 더 현실성 있게 만들기 위한 임시 개방이다.

그 사이 많은 사람이 방문했다. 4월 한 달간 약 400명 가까운 인원이 고씨주택을 방문했다. 내방객들은 대부분 점심시간 이후에 찾았다. 입구가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주말에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그래도 현실로 나타나니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주 사이에 관계자들로부터 항의성 전화도 받았다. 주말에 열 방도를 마련하라는 요청이었다.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고 구해지는 대로 급하게 결정했다.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 전일 개방을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개방 시간도 점심 때부터 오후 8시까지로 늘렸다. 야간 산책을 위해 나오는 분들이 들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다.

해가 지면 산지천 변의 불은 켜지지만 어디 마땅히 들를 곳이 잘 없는 지역이다. 저녁 시간을 한 번 이용해보자는 생각이다. 저녁 무렵에 행사도 할 수 있을 터다.

종종 대관을 하다보면 대관시 센터가 요구하는 약속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행사 후 비가 올지 모르니 문을 닫아주고 본인들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는 치우거나 한 군데 모아줄 것, 그리고 전기는 끄고 가고 자신들의 행사 시 가져왔던 짐들은 당장이 안 되면 하루 이틀 내 치워달라는 것이다.

언뜻 별로 어렵지 않은 조건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문은 활짝 열려있고 전기는 켜져 있고 쓰레기는 난무하고 물건은 일주일 이상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열면 당연히 지켜지리라 믿는다.

사실 결과를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 산지천의 옛 주택이 광장 조성 사업에서 살아남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활용하기로 했고 그래서 지금은 그냥 공간을 열었다.

이제 시기를 연중 무휴로 확대했다. 어찌 될지 잘 모른다. 그 공간에 무엇이 채워질지 어떤 사람들이 오갈지 모른다.

그러나 공간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박제돼 있는 공간을 넘어 지역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열었으니 자주 찾아와 주면 좋겠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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