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이 또 사라질까
어떤 직업이 또 사라질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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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의 핵심은 기자지만 문선공(文選工)도 첫 손가락에 들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시대에 밀려 사라졌지만, 한 때 신문사에선 절대적인 존재였다. 마구 휘갈긴 악필(惡筆)을 알아보는 것도 신기한데, 원고에만 눈길을 둔 채 활자를 뽑아내는 손놀림은 바로 생활의 달인이었다. 마감 시간을 맞추는 것도 그들의 손에 달려있었다. 그 문선공의 일자리를 뺏은 것은 컴퓨터였다. 컴퓨터 조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문선 기술은 하루아침에 쓸모없어졌다. 그 선배들이 영업과 업무 분야에 재배치돼 까마득한 후배에게 컴퓨터를 배우며 내쉬던 한숨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세상은 문선공처럼 숱한 직업이 지상에서 사라졌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자동차 정비사들의 직업 재배치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도내 전기차 수는 내후년 2020년에 45000여대, 2030261500여 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18년 현재 443곳인 도내 자동차전문정비업체가 2030년까지 239곳이 문을 닫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자동차 엔진과 씨름하는 정비사의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됐다.

돌이켜보면 1960~1970년대. 커다란 극장 포스터 그림을 그리는 광경은 참 흥미로웠다. 극장 화가는 신성일도 엄앵란도 정말 잘 그려냈다. 그런 무명 화가들이 인쇄 기술, 실사 출력 기술이 발달한 후로 사라져 버렸다. 그뿐이랴. 버스에 타서 안내하고, 승차권을 검사하던 버스 안내원, 전화를 걸면 그 전화를 연결해주던 전화 교환원. 이 사람들도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1970년대까지 제주도에는 유명 상고(商高)들이 많았다. 상고 졸업생들은 은행으로 많이 진출했다. 특히 영업점 맨 앞 줄에 앉아 입출금 업무를 보는 텔러직에는 여학생 우등생들이 몰렸다.

이 은행 텔러들이 취업난에 대졸자에게 자리를 빼앗기더니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을 통한 금융거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사라질 직업 6개를 꼽았다. 은행 텔러, 진단 의사, 콜센터 직원, 계산원, 생산·제조 단순 종사원, 창고 작업원 등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의 고용의 미래 보고서20년 안에 사라질 직업들로 현재 유망 직업인 회계사, 의사, 판사, 변호사, 약사 등을 포함했다. 사라질 직업의 특징을 보면 자동화나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드는 경비가 인건비보다 싸다. AI가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업무다. 인간이 로봇이나 AI보다 더 싸게, 더 뛰어나게 일할 수 있어야만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변화는 빠르게 진행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의약품 조제 약사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항암제 조제 파트에서 하루 6시간 일하며 평균 200여 건의 처방전을 소화한다. 로펌 대륙아주는 ‘AI 변호사를 채용했다. 수임 사건의 판례나 법률을 분석하는 데 초보 변호사들이 사나흘 걸렸던 리서치 업무를 몇 분이면 끝낸다. 전문직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로봇 기자들도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기사 작성 로봇 헬리오그래프는 스포츠 기사 담당에서 최근에는 정치부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로봇 기자가 스포츠, 증권, 연예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어떤 직업이 또 사라질까. 하지만 사라지는 직업이 있다면 새로 등장하는 직업도 있다. 고용정보원도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3차원(3D) 프린팅, 드론, 정보보호 전문가 등을 뜨는 직업으로 꼽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변화 속에 어디쯤 가고 있을까. 시대 변화에 맞춰 진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부모들도 10, 20년 뒤 직업을 가질 아이들에게 현재의 눈높이에 따른 꿈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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