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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병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병
  • 제주일보
  • 승인 2019.05.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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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가족 간 행복이 가득한 5월에도 이 시기에 누가 가장 힘들지 예상하고 있는 걸 보면 염려와 걱정은 의사의 습관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된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되어 퇴직한 부모세대를 부양할 운명인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요즘 아이들이 전에 비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 속에 키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방심이 핵가족화와 맞벌이로 정신과 영혼의 건강에는 위기가 올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게 한거 같다. 게다가 IT 기술의 발달로 온가족이 모여 TV 한대를 보던 시절에 비해 가족 간의 스킨십은 줄고 각자의 미디어 채널을 소비하고 메신저 소통이 늘고 있는 걸 보면 기술의 발달이 만능은 아닐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듯이 선한 영향력이라는 에너지 장 속에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건 IT기술발전으론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랑을 베푸는 것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기술발전의 동기 부여가 되는 경제성이 없기 쉽기 때문이다. 만약 알약 하나로 필요한 영양소를 충족하는 기술이 생겼다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어머니가 해주신 정성스런 밥상을 영원히 포기할 수 있겠냐 말이다.

이렇듯 물질로 개벽됐지만 정신이 개벽되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정신이 약해지고 영혼이 상처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부모를 함부로 대하고 어른처럼 마음의 온도가 차갑다는 것이다. 보호자와 실랑이하는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쓰다 보니 투병에 전력하지 못해 병이 오래가기 쉽다. 이들에게 내 노후를 의탁해야 할 생각에 우선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이 밀려든다. 이 상황도 모르고 아이대하길 함부로 하는 철부지 어른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잘 안 나아서 의원을 전전하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감기 배탈 피부병 수면장애 등등의 소아 환자의 경우 임상 경험상 마음이 허해서 정신과 영혼의 아픔이 겸해 있는 심신증(心身症)인 경우가 많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육체증상이 영향 받는 것을 심신증이라고 하는데 주된 원인은 부모사랑에 대한 갈증이다. 사랑에 대한 갈증일랑 물질로 대신 채웠으니 안심하고 있을 부모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는 행동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몸의 질병에 더해서 아이가 자다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가족들을 깨운다든지, 부모 난처하라고 지나치게 떼를 쓰거나 말을 안 듣는다든지, 아픈데 오히려 성질이 고약해진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아이들이 도를 넘어 친구나 웃어른을 때리는 등의 맞아도 싼 행동을 해서 실제 아이의 심신에 폭력이 가해질 경우엔 상처가 더 깊어진다. 물질로 채워줬고 맞아도 싼 행동에 대한 체벌은 정당할 것이란 어른들의 생각을 헤아릴 정도로 아이들은 충분히 사랑받지도 성숙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 밥을 먹어야 되는데 물로 배를 채웠을 때 조금 지나 더 허기가 몰려오듯이 좀 나아져 보이는 건 꾸짖을 때뿐이고 대개 더 난폭해지기 쉽다. 이때는 매가 아니라 사랑이 해답이 되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을 치유하는 데는 세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 일단 잘 먹여야한다. 소화가 안 되면 침을 맞고 입맛 도는 보약을 먹여서라도 든든하게 잘 먹여야한다. 특히 아침식사가 든든할수록 효과적이다. 부모 정성을 느끼며 든든하게 잘 먹일수록 질병을 이기는 힘이 세지고 건강회복이 빠르다. 다양한 음식과 그것에 깃든 정성으로 육체를 시작으로 정신과 영혼마저 보충 받게 되는 것이다. 간혹 한의원에 와서 빨리 나았다고 감사해하는 어머님들이 있는데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동반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오히려 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이 경우다. 둘째 악습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바로 잡는 엄격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엄격함의 세기가 아니다. 첫째 잘 먹이는 것이 충분히 되어서 사랑이 충만할수록 훈육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첫째 육신의 영양당근”, 둘째 훈육채찍으로 비유했을 때 당근과 채찍의 비율이 최소 9:1정도가 되면 채찍질에 대해서 반발이나 부작용 없이 원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부모의 개성으로 자기 땐 5:56:4정도도 괜찮았다고 그 비율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있는데 이런 어른은 하물며 미운 놈에 떡 하나 더 줬던 선조들의 지혜를 곱씹어 봐야한다. 육아는 실험한 뒤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듯 정성스럽고 신중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훗날 이들에게 봉양 받을 수 있는 어른의 품격이다. 셋째 나쁜 습관에는 무관심하고, 대신에 좋은 행동에 사랑가득 표현과 관심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깨달음을 얻도록 기다려 줘야한다. 대개 어른들이 울고 떼쓰면 안아주다 정나미가 떨어져 정작 착하고 얌전할 땐 무심한 경우가 되기 쉬운데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아이 치료와 교육은 참 어렵다. 충분히 사랑주기도 힘들고, 적게 훈계하기도 힘들고, 좋아지기를 응원하며 기다리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해낸 어른들에게는 반려동물에서 얻기 힘든 삶의 깊이 있는 기쁨과 어느 보험 부럽지 않은 안락한 노후가 주어진다. 첫 단추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랑이 넉넉히 전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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