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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대중교통’
멈춰버린 ‘대중교통’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5.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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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timing).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쓰는 영어단어지만 한국어 이상으로 널리, 그리고 애용하는 단어다. 우리 국어사전은 이 단어에 대해 ‘동작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순간. 또는 그 순간을 위하여 동작의 속도를 맞춤’으로 정의한 뒤 ‘때맞춤’으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이와 비슷하지만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함. 또는 그 시기’라고 정의한 뒤. ‘적기’(適期)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역시 권한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필요하다.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불과 엊그제 같은 일이 하나 있다. 2017년 11월 개통된 제주시 광양사거리와 아라초등학교를 연결하는 2.7km 구간의 버스전용중앙차로다. 그해 8월말 단행된 ‘30년만의 대역사’로 지칭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일환이다.

제주시 남북을 연결하는 중추도로의 중앙에 버스 등 일부 차량만 다닐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제주시청 후문에서 아라초등하교 구간에서 발생해 온 출·퇴근 때의 극심한 교통난은 크게 개선됐다.

#승용차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결코 반가울리 없지만, 중·고교가 밀집된 이 구간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이 종전보다 분명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보통 두세 번 기다려야 통과됐던 교통신호는 대부분 한 번에 통과가 가능해 졌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조성된 중앙차로제는 분명 ‘효과’를 거뒀다. 그런데 미완의 과제가 아직도 이어진다. 제주시 서부와 동부을 연결하는 동·서광로 중앙차로 시행이다. 제주도는 당시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제주시 서쪽으로는 무수천 입구에서 동쪽 국립박물관에 이르는 11.8km 구간에 버스 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이 구간 전용차로는 도로의 가장자리 차선을 사용한다. 때문에 골목골목에서 불쑥불쑥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반 차량들이 뒤엉킨다. 전용차로라는 이름이 무색해 졌다.

이 구간 중앙차로 필요성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때부터 제기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도의 주진의지가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사업구간 대로변에 소재한 일부 점포주들이 반발 때문이다. 여기다 소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지방의회도 한 몫 한다.

#예상된 일이지만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연간 버스이용객을 6000만명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도민들이 한해 평균 100번 정도 버스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상징되는 도심지 버스이용의 활성화는 어떤 부정적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행의 정당성을 가진다. 우선 도심지 승용차 집중을 억제시키는 기능이다. 도심 승용차 집중 억제책은 서울 등 대한민국 대도시의 공통사안이다. 도심지 차량집중은 미세먼지 발생을 늘리는 동시에 도심 차량 운행속도를 줄여 도로의 본래 기능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이로 인한 교통체증은 원활한 물류이동을 막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물론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인한 민간운수업체 지원에 부정여론도 나오지만 이는 풀지 못할 문제도 아니고, 문제의 본질 또한 더더욱 아니다. 제주시 동·서광로 버스 중앙차로 조성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제주도 교통정책 결정의 한 축인 제주도의회 또한 이를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중앙차로 조성에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주도의 예산 가운데 비생산적 분야에 투입돼 해가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낭비성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니다. 그 예산을 조금 아끼면 된다. 그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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