뽄(멋)부리는 남성들
뽄(멋)부리는 남성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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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제는 남성들도 섹시하고 볼 일이다. 성적매력은 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덕목이었다. 외모가 일을 하거나 비즈니스 능력을 돋보이게 한다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잡은지 오래다. 단지 힘과 돈벌이로 남성성을 증명하던 시대는 가고, 자신을 가꾸고 돋보이게 함으로써 남성성을 증명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18세기 이전의 귀족가문의 남성들은 성별보다 계급이 신분적 우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성못지않은 화려한 의상과 치장을 하고 다녔다. 그 이후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성별에 따른 직업과 역할이 주어지면서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주체는 여성의 몫이 되었고 남성은 여성의 소비생활을 책임지는 남성성을 과시하게 되었다.

위버(uber)'더 높은, 더 나은'이라는 뜻의 독일어이며 '남성성이 강조된 섹시함' 또는 '강인하고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남성'을지칭하는 말이다. 위버섹슈얼이란 자신의 직업을 통해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고, 여성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이 잘 살아 있는 그야말로 멋진 남성을 뜻한다. 이들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스스로가 패션을 즐길 따름이다. 따라서 그동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피부관리, 성형 등 외모 가꾸기에도 관심이 많다.

'화장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남성화장품시장에는 스킨이나 로션 정도의 간단한 스킨케어 제품이 아닌 립스틱, 아이섀도 등 무려 10가지이상이나 된다. 그동안 화장은 여성전용이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취업활동을 하는 10-30대 젊은 남성과 업무상 외부인 접촉이 많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화장을 하는 남성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백남이란주말마다 백화점 가는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백화점의 주된 소비층이며 이러한 남성고객층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들은 더 이상 여친이나 아내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의 피부 타입과 선호하는 향을 고려해 화장품도 직접 선택한다. 남성화장품 브랜드는 향수, 로션 등 스킨케어 제품뿐만아니라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아이섀도우, 특히 파운데이션의 경우 남성들은 자외선 노출 정도에 따라 여성보다 피부톤에 차별화를 두어 남성용은 무려 15가지 색상을 출시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화장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화장품 업계가 잇따라 남성화장품의 구색을 늘리고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는데는 취업활동을 하는 10-30대 젊은 세대와 샐러리맨을 중심으로 '화장하는 남성'의 소비성향을 분석하고 남성화장품을 개발하면서 남성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기초화장품인 파운데이션의 색상을 늘린 것도 그 때문이다.

()부리는 남성이 대세라는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는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개방의 영향으로 만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훤칠하고 마른 몸, 흰 피부, 커다란 눈 등이 꽃미남의 표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남성용 패션 및 화장품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는 이처럼 변모하는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대변한다. 클래식한 양복 위주였던 남성 패션시장이 캐릭터캐주얼로 변화되었고 최근에는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욕구를 반영해 해외 유명 디자이너브랜드도 선호되고 있다.남성들의 성형과 피부 시술에 대한 관심과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레이저·박피·주름개선 시술은 물론 깨끗한 피부를 위해 왁싱, 영구 제모를 원하는 남성들도 많다. 과거 눈·코 성형에 그쳤던 남성들의 관심은 안면윤곽·지방흡입 등 몸매 성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남성미의 대명사인 터미네이터, 람보처럼 힘과 허세를 부리는 남자들의 시대는 갔다. 여심을 사로잡으려면 이제 남자도 섹시하고 섬세함을 갖춰야 한다.‘남자들의 미래(The Future of Men)’에서 매리얼 샌즈먼은 여심을 흔드는 최근 여성들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조각같은 꽃미남 대신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은 듬직한 남자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들은 늠름하고 강한 소위마초 맨(macho man)’과는 많이 다르다. 강하고 당당하지만 신사적인 매너와 스타일리시하고 도회적인 외모를 지닌 남성을 일컫는다고 강조한다.

()부리는 남성들의 전성시대, 신체자본으로 어느새 외모는 경쟁력이 되었고 뷰티와 룩은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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