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축제에서
소라축제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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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소라 축제가 열렸다. 제주의 많은 축제 중에 우도에서는 해마다 소라축제가 열린다.

우도주민이 함께하고 우도 청년회가 주관한다. 우도면의 자생 단체가 협조하여 모두가 한마당이다. 성산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우도로 들어간다. 작년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고생했다. 올해에는 날씨가 받쳐주기를 학수고대했다.

소라축제가 열리는 천진항에 도착하자 음악 소리부터 다르다. 삼일 간의 축제 기간에는 5개동 주민이 참여하여 천진항 방파제 입구에서 바삐 움직인다.

하얀 뿔이 달린 몽골 텐트도 바람을 감돌아 가버리듯 햇빛에 반짝거린다. 화사한 봄날이란 표현이 맞을 듯하다. 어업이 주를 이루는 주민들의 삶도 소라축제장에 녹아 있다.

소라 축제를 위해 우도 해녀들은 한 달 전부터 잡은 소라를 제주 시내로 보내지 않고 저장해둔다. 성산과 우도 사이의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소라의 맛은 전복보다 더 쫄깃해 인기가 있다. 일명 뿔소라라고 하여 소라껍데기부터가 특이하여 뿔이 많다. 그 뿔은 성장하는 숨구멍이고 소통의 공간일까. 해녀가 숨을 참고 깊은 바다에서 목숨과 사투한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맛있는 소라구이 냄새가 풍겨온다. 매실과 참기름을 간간이 넣으며 구운 소라구이는 명인의 손길이 닿자 명품으로 탄생했다. 장작불에 구워진 굵은 소라 6개가 접시에 올려졌다. 2만원을 내고 표를 가져가면 내준다. 젓가락을 넣고 한 바퀴 돌리자 김이 나는 속살이 쑥 빠져나왔다. 불필요한 것을 떼어내는 손길이 곁들여야 더 맛이 난다. . 이곳에서만 맛보는 참 맛이다. 특이메뉴인 소라 국수와 소라 죽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우도남훈문학관에서는 우도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학 백일장 대회를 열었다. 후원자 2인과 일찍 도착해 배정된 텐트에 도착했다. 분위기를 돋아 주려고 문학수업에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부스 안에는 시가 있는 그림 사십여 명의 작품 합동 작을 세 개의 면에 걸었다. 25개의 판넬 작품은 이젤에 받쳐주기도 했다. 삼 년째 봉사하니 학생들의 실력도 많이 늘었다. 메마른 감성을 녹여준다. 이쯤이면 오후에 치러질 행사에는 손색이 없겠다.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줄 간식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오후 두시가 되자 학교 선생님과 학생은 우도남훈문학관 부스 앞에 모였다. 나는 시제를 공개했다. ‘우도소라.’ 시와 산문을 통하여 학생들은 얼마만큼의 진솔한 글이 나올지 기대해본다. 응모지와 간식을 나눠주었다.

이제 섬 속의 섬 학생들에게도 감성 풍부함을 누릴 수 있도록 펼쳐 주어야한다.

5월에는 학생들에게 시상해줄 것이다. 동기를 유발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며 문학 감성에 불을 질러주고 싶다. 꿈나무를 보니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달리 봉사가 있을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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