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겹살’은 모두의 고통
‘금(金)겹살’은 모두의 고통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4.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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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경제분야를 담당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급변하는 시장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 하고 단순히 침체됐던 시장 상황이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경마식 보도’를 할 때다.

특히 농수축산물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면 매번 이 고민에 빠지게 된다. 1차산업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글로벌화 시대에 국내 상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금(金)겹살’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우리나라가 농수축산물 수입개방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외국의 영향으로 구제역 등이 발생하면서 삼겹살 소비자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돼 서민 가계부담이 늘어나면서 삼겹살은 ‘금겹살’이 됐고 이 단어는 아직까지도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돼지 사육 농가들은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도 지난 3월 27일자에 ‘돼지고기 도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4월 이후 급변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에 ‘금(金)겹살’ 단어가 또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발단은 최근 중국ㆍ베트남ㆍ태국ㆍ캄보디아ㆍ몽골 등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기승을 부리면서이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전 세계 49.3%)이자 생산국(47.8%)인 중국에서 지난해 8월 ASF가 처음 나타난 후 지난달까지 모두 114건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10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수입량이 줄어들고 그 풍선효과로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겹살’이 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원가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농가와 음식점 등이 있다. 소비자들의 부담도 신경써야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농가와 음식점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때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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