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요지경 세상에
이런 요지경 세상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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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세상은 요지경’(신신애)이란 노래다.

요지경(瑤池鏡)이란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면 갖가지 그림이 나타나던 장난감이다. 나이 든 이들의 경우 어린 시절 직접 만들기도 했는데 삼각통에 확대경 대신 거울을 붙이고 색종이 조각을 넣은 다음 돌려가며 보면 불꽃놀이 하는 밤처럼 화려한 세상이 펼쳐지곤 했다.

신기하고 아름답던 그 옛날 요지경 속과 달리 노래 속 요지경 같은 세상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는 건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얽히고설킨 채 돌아가니. 우리네 삶도 참 어렵고 어려워졌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삶은 ‘C’‘B’, 그리고 ‘D’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탄생(Birth)부터 죽음(Death)까지 선택(Choice)의 연속이란 뜻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인간은 평생 끊임없이 무엇인가 선택해야 한다.

삶의 숱한 갈림길에서 누구나 최선을 찾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여의치 않으면 차선, 가능한 한 틀림없는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경제학원론에서도 첫 장부터 기회비용이란 개념을 가르친다. 기회비용은 어느 하나를 택했을 때 포기해야 할 가치 중 가장 큰 가치다. 버릴 찬스가 사소할수록 아쉬움이 덜 하듯, 기회비용은 적을수록 좋다.

그렇게 모두가 그르침이 없는 선택을 원하지만, 결과는 늘 불확실하다. 제아무리 재고 따져도 선택의 순간에 성패를 가늠할 수 없다.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세상이니까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산다는 건 하나씩 없어지는 걸 겪는 것’(구효서)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BD사이에 선택을 하다 보면 잃는 게 많기 마련이다. 천하를 다 얻은 것 같던 성취가 물거품이 되고, 승승장구하다 한순간 점점 작아지는 상자에 갇힌 것처럼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교육부터 문제가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O, X의 정답 찾기에만 너무 몰두한 것 같다. 그 탓에 사회 전체가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선과 악, 찬성과 반대 등 어느 한 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자기와 다른 것은 모두 옳지 않은 X가 되고 짜가로 매도되는 세상이 됐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멀리 보고 통합적으로 보는 본질에 충실한 사고를 멀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은 양자택일하듯이 간단치 않으며, 다원적인 가치로 얽히고설켜 움직인다. 틀림이 옳고 그름에 대한 본질의 문제라면, 다름은 같지 않다는 방법의 문제다.

봄이 가고 있다. 올해의 봄날도 봄날은 간다는 노랫말처럼 떠나갈 것이다. 그러나 계절의 봄날은 떠나가더라도 마음의 봄날은 부여잡고 싶다. 어쩌랴. 먼 훗날 잠에서 깼을 때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의 선택을 다하는 수밖에.

 

사업을 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에선 뭐든 빨리 달라지고 바꿔야지 끝까지 쥐고 있으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만 하더라도 그렇다. 몇 십년간 팔지 않고 동네 사람들과 알콩달콩 살다가는 비~잉신. 남는 것은 낡은 그 집뿐이 된다고 했다. 이웃은 무슨 개뿔. 아파트를 샀다 하는 순간 팔 것을 생각하고 그렇게 팔고 사고, 또 팔고 사면서 이사를 다녀야 돈이 된다고 했다.

직장도 그렇다고 했다. 평생 한 직장에서 충실해 살다가는 쪽박차기에 십상이고 기회가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즉각 다른 곳으로 전직해야 한다고 했다.

장사도 마찬가지. 음식점만 해도 웬만큼 자리 잡으면 권리금을 붙여 넘겨야지 고객 생각하고 뭐 생각해 계속하다간 뒤끝이 안 좋다는 것이다.

꾸준함이 미련함으로 여겨지고,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삶을 X, 바보로 만드는 이런 요지경 세상에 산다 싶으니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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