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심장에 비수를 꽂다
타투, 심장에 비수를 꽂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8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진호 정형외과 전문의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벌써부터 거리엔 노출 패션이 넘쳐나고 신체 곳곳에 문신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십년 전만 하더라도 문신은 조폭들이나 하는 행위로 사람들이 꺼려했으나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에게 문신 (타투, tatoo)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필자는 서핑과 카이트 보딩을 즐겨하는데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 중 문신 안 한 사람이 없다. 내 민둥 살을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제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하나의 패션이 된 모양이다. 그러나 문신 잘못 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의 서핑 멤버 중 한 명은 중년의 나이지만 한 겨울바다에도 뛰어들며 이삼십 대 젊은 서퍼들을 가르치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유 없이 열이나고 으슬으슬 춥고 떨려 몸살이려니 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깜짝 놀랄 검사 결과를 받았다.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을 받은 것이다. 세균이 심장의 내막에 균 덩어리를 만들어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인데, 문제는 이것이 심장 판막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심부전 등의 합병증세가 나타나서 치료하지 않으면 100%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라는 말을 듣고 심장판막 치환수술을 받았다. 건강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죽을 위기로 몰아간 건 몇 달전 무심코 했던 문신 때문이었다. 비위생적 기구에서 세균이 혈관을 타고 심장까지 퍼진 것이다.

병의 원인으로 원래 심장이 안 좋던 환자가 발치와 같은 치과 치료를 하다가 균이 혈액을 타고 들어와서 심장에 염증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 문신, 반영구화장, 피어싱이 원인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마약 주사를 비위생적으로 자주 맞는 것도 문제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증상이 애매하여 정확한 진단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열이 나면서 으슬으슬 춥고 전신에 힘이 없어지며 피로감이 오는데 보통은 약 먹고 며칠 쉬면 낫겠지 하다 병을 키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초음파를 통해 판막의 손상을 확인하고 혈액배양검사로 원인균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동네병원에 가더라도 몸살증상만 가지고 처음부터 심장초음파까지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조기진단이 어려운 이유다.

한번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인 만큼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심내막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 출혈을 동반하는 치과 치료 시 사전에 의사에게 자신의 심장상태를 알리고 예방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 가능하면 피부에 하는 비위생적 문신, 반영구 화장, 피어싱 등은 말아야 하며 혹시라도 한다면 철저한 위생으로 세균감염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일 문신 후 특별한 이유 없이 열이 지속되고 오한과 몸살이 오래간다면 심내막염을 의심하고 심장 전문의를 찾아야한다.

이제 타투는 당당히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의 분야로 우리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비위생적 시술이 지속된다면 몸에 새긴 아름다운 타투가 내 심장에 비수를 꽂게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