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만든 '다랑쉬굴', 세대 간 역사 공유의 장으로 활용
학생들이 만든 '다랑쉬굴', 세대 간 역사 공유의 장으로 활용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4.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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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중학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운동장 한편에 다랑쉬굴 모형 만들어
4·3인권교육 진행되는 등 지역사회서 뜨거운 반응

“고장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다랑쉬굴이 세대 간 역사 공유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24일 세화중학교(교장 송시태)에서 만난 김영관 교감은 학교 운동장 한편에 자리 잡은 다랑쉬굴 모형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 다랑쉬굴 모형은 지난해 학교에 부임한 송시태 교장의 아이디어로 김영관 교감 등 교사들과 학생들이 합심해 만든 것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주가량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다랑쉬굴 앞에는 희생자와 유족의 밝은 앞날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다랑비(多朗碑)’가 세워졌다.

학생들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위해 동굴 모형을 만들었다’는 취지문과 추모 시로 동굴 모형의 겉면을 꾸미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랑쉬굴은 단순한 동굴 모형을 넘어서 세대 간 역사 공유의 장으로 거듭났다.

다랑쉬굴 피해자 유족 3명은 지난 12일 4·3명예교사로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이 만든 동굴 모형에서 4·3 평화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경건한 분위기로 진행된 수업에서 유족들은 미래 세대에게 4·3 당시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전달했고, 이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5·18 관련 교육에 활용하고자 이 수업을 참관한 광주광역시교육청 관계자들도 역사적 아픔을 공유했다.

지난 13일에는 구좌읍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가한 읍민들과 공무원, 어린이 등이 다랑쉬굴 모형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글을 리본에 적어 동굴 천장에 달았다.

이날 읍민들뿐 아니라 고희범 제주시장, 부공남·김장영 교육의원 등도 방문해 추모의 글을 남겼다.

굴 모형 천장에 남겨진 추모 리본은 마치 동굴의 종유석을 연상케 했다.

지난 17일에는 김현진 학생자치회장을 비롯한 3학년 학생 3명이 일일 교사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다랑쉬굴 모형 견학 차 학교를 찾은 종달초등학교와 하도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4·3의 역사를 직접 설명하고, 고장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회장은 “4·3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동생들에게 설명하게 되니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고장의 아픈 역사를 우리 모두가 잘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관 교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다랑쉬굴 모형을 찾아 주셔서 놀랐다”며 “내년에도 ‘다랑쉬 너머 부는 봄바람’을 제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날려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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