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에 발목잡힌 대한민국
패스트 트랙에 발목잡힌 대한민국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4.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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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낯선 단어가 대한민국 국민과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22일 선거제 개편ㆍ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ㆍ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이를 여야 4당이 ‘좌파연대’를 구성해 200석을 달성하는 등 ‘좌파독재 플랜’이 실행되는 것이라며 지난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고성을 주고 받다가 쇼크 증세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야 4당은 24일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원 수를 조정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촉발된 여야 간 대치는 이번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 하게 됐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란 원래 경제용어로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이 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신청하면 은행은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A(정상),B(일시적 유동성 부족),C(워크아웃),D(법정관리)등급으로 구분하고 부실징후는 없지만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A, B등급에 속한 중소기업에 대해 긴급하게 유동성 지원을 하는 제도이다.

이런 의미의 패스트 트랙이 미국에서 대통령이 국제통상협상을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일종의 협상 특권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면서 정치권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 패스트트랙은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라는 뜻을 갖고 있다.이 제도는 여야 대립 상황에서 민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의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2012년 5월 도입됐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선거제 개편은 소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구는 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사표가 많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논의됐다. 이번에 패스트 트랙에 올라 탄 선거제 개편 방안은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은 의석 300석을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75명으로 28명 늘리고 배분 방식은 50% 권역별 연동형으로 하자는 게 골자다. 공수처 법안은 쟁점인 공수처의 기소권을 판사·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이 수사대상인 경우에만 부여키로 했다. 야당이 제기한 공수처 비대화 우려를 여당이 수용한 결과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여야 합의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했다.

솔직히 기자의 입장에서는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는 큰 관심이 없다. 당장 제주 현안과 관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미뤄지고 있는 제주4ㆍ3특별법 개정안을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제주4ㆍ3특별법 개정안은 올 상반기 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워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여야 4당의 합의를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되새겨야 할 것이 있다. 2012년 대통령은 누구였으며 집권당은 어느 당이었고 왜 패스트 트랙을 수용했는지를 말이다. 기자가 생각할 때 패스트 트랙 도입은 단순한 것이다.

쟁점 법안 때문에 미뤄지는 민생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5당이 합의를 하지 못 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자신들의 정략적 이유 때문에 시급한 민생 법안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주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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