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생계형 절도’가 만연한다니
경기침체로 ‘생계형 절도’가 만연한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3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가 생계형 범법(犯法)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경제불황 탓이다. 돈 되는 것은 무조건 훔치고 보는 생계형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건축자재, 조경수, 생필품 등 눈에 띄는 대로 훔치기 때문이다.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이 없다는 삼무(三無)는 옛 말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20163491, 20173213, 지난해 2977(잠정치), 올해 1~3743() 등 매년 줄고 있다.

하지만 전체 절도사건 중 100만원 이하 소액 사건 비율은 지난해 55.3%, 올해 1~354.1% 등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다. 아무튼 소액 절도가 증가한 것은 힘겨운 세상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서다.

생계형 절도가 많은 것을 보면 서민 경기가 이미 바닥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서민의 체감경기가 이미 IMF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여론이 실감 나게 들린다.

경기침체의 터널 끝은 보이지 않고, 실업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현실이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그러니 별수 없이 돈 될 것은 일단 훔치고 볼 수밖에 없다. 남의 집 앞에 쌓아둔 목재, 트럭에 실어 놓은 채소류 등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생계형 절도가 많아지면서 제주지방경찰청은 2016년부터 단순 절도·무전취식·무임승차 등 경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대상으로 감경 처분을 심의하는 경미범죄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생계난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해 처벌을 감형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3월까지 생계형 절도로 붙잡힌 38명이 처벌을 감경받았다.

문제는 생계형 절도범이 늘어나는 현실적 상황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살기 힘들어 절도하는 생계형 범죄자는 결코 개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수입이 적어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사회적 약자를 보살필 책임은 최종적으로 자치단체와 국가의 몫이다.

경기불황이 범죄를 낳고, 그것이 계속될 경우 헤어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서민 중에는 최저 생계비보다 낮은 임금, 교육의 기회 박탈, 헤어날 수 없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 속에 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경제불황은 엄청난 시련이다. 그런 만큼 정부와 제주도는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소득 보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작금의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