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농어촌 민박 원칙대로 ‘대응’해야
무늬만 농어촌 민박 원칙대로 ‘대응’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3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어촌민박. 어떻게 보면 이는 구닥다리 숙박업 명칭이다. 요즘은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라는 세련된 상호명을 사용한다. 그런데 그 실체인 농어촌민박이라는 제도는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관광휴양업의 한 종류다. 엄밀하게 정의하면 농어촌지역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숙박·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농어촌 민박제도는 애초 관광객들의 편의와 주민 소득증대를 위해 1993년 도입됐다. 그런데 요즘은 실제 농어민의 농외소득 창출보다 되레 전문숙박업소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임없다. 손쉽게 진출이 가능한 장점 때문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생긴 과당경쟁의 후유증이다.

이는 제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급기야 정부가 칼을 뺐다. 정부는 전국 농어촌민박 난립을 막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임차주택 활용을 제한하고 6개월 이상 거주 주민에게만 허용하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제도개선이 계획대로 된다면 제주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나올 게 확실하다. 제주도가 올 1~3월 농어촌민박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체 3885곳(제주시 2359‧서귀포시 1526) 중 1693곳(제주시 1277‧서귀포시 416)이 임차 운영으로 나타났다. 임차 민박 중 사업자가 농업인은 151곳(제주시 107‧서귀포시 44)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도내 농어촌민박 10곳 중 3곳 이상이 비농업인에 의해 임차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비농업인의 농어촌민박 운영이 만연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열풍이 거세게 불던 당시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 상당수가 이에 뛰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서 드러났듯 비농업인의 임차주택 활용과 비농업인 운영 민박의 경우 농촌주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당초 취지에는 분명 어긋나는 것이다. 농어촌 민박은 말 그대로 농어촌 지역 농민이 운영하는 제도인데, 이 취지가 퇴색됐다.

지금 제주에서 유명세를 탄 해수욕장을 낀 해안마을을 비롯해 중산간 경치가 좋다는 마을엔 한집건너 한집 꼴로 민박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 민박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어지간한 대형 숙박업소 뺨치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개인 또는 동호인 등 소규모 관광객들의 숙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들 민박은 이런 저런 이름의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내걸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취지를 이탈하면 부작용이 나오게 마련이다. 나아가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초의 취지에 따라 ‘농어촌민박 안전인증’까지 받아 성실하게 운영되는 민박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이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막아야 하며 이들은 보호돼야한다. 이를 위해선 원칙에서 어긋난 영업행태는 원칙대로 ‘정리’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