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는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고사리를 찾아내는 눈맛과 툭툭 꺾는 손맛에다 직접 꺾은 햇고사리를 먹어 보는 고사리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관광보다는 고사리만 꺾으러 다니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들까지 고사리 꺾기 행렬에 가세했다.
그러다 보니 진료실의 의사도 연구실의 교수도 휴일이면 한 번쯤은 고사리꾼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해녀들도 물질을 멈추고 바다가 아닌 들판으로 향한다. 노인들로 넘쳐나던 동네 병원은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비수기를 맞는다.
동네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개점휴업이다. 할망(할머니), 하르방(할아버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사리 사냥을 떠난 탓이다.
마침내 올 봄에도 제주에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사리를 채취하거나 산길을 걷다가 길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다.
지난 주말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고사리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해 들어 21일까지 벌써 30건의 고사리 채취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큰 사고 없이 31명이 발견됐다.
하지만 2016년 4월 26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고사리를 꺾으러 나간 70대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수색에 나섰지만, 다음 날 오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집계 결과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는 모두 240건으로, 이 중 고사리를 꺾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111건(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둘레길 탐방 35건(14.5%), 오름 탐방 19건(7.9%) 등의 순이었다. 월별로는 고사리 채취객이 늘어나는 4월(100건)과 5월(45건)에 집중된다.
이는 제주 고사리가 크고 굵으면서도 연하고 부드러워 큰 인기를 끄는 때문이다. 한라산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단백질·칼슘·철분·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거 ‘궐채(蕨菜)’라는 이름으로 임금님께 진상됐다.
제주산 고사리는 명품 대접을 받는다. 최고의 품질답게 소고기보다도 비싸다. 1㎏ 제주 한우 등심이 7만여 원인데 잘 말린 제주 햇고사리는 12만~13만원을 호가한다.
문제는 제주 고사리가 오름과 곶자왈, 숲이 있는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주로 분포한다는 점이다.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들판이나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바닥만 보며 고사리 꺾기에 집중하다가 길을 잃고 있는 것이다. 소방안전본부가 고사리철을 맞아 현장에 인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도민들도 나 홀로 채취를 삼가고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각이나 휴대폰 등을 항시 휴대해야 한다.
올해 고사리 시즌도 별 사고 없이 싱그러운 봄날이 됐으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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