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역습
문명의 역습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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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이 가진 육체적 기능의 신장과 생활상의 편의를 중심으로 하는 문명은 인류가 삶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으며 미래에는 그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는 도구의 발달을 통해 원시적인 생활을 벗어나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식을 만들어 온 문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명이 없다면 인류의 생활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타의 생명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자연적인 형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류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문명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지만, 그것이 발달하면 할수록 부작용으로 인한 폐해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문명의 부작용으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공동체 붕괴의 유발과 촉진이다.

도구가 발달하지 않아 육체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과거에는 일정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생활방식이었으므로 끈끈하면서도 강력한 공동체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함께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엄청난 변화가 초래됐다.

개인적 생활·개인적 인권 등이 부각되면서 개별화·차별화가 중요시됐고, 가장 원형적인 공동체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가정과 마을의 형태가 바뀌면서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1인 가구·혼밥·혼술 등의 신조어가 쓰이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문명의 두 번째 부작용은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여러 나라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의 나은 삶을 위해서 혹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던 과거의 부모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 필수였고 연애는 선택이었던 시대에서, 연애는 필수지만 결혼은 선택이라는 사회로 시대적 환경이 바뀌면서 아이를 낳아 키워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야말로 공동체의 붕괴를 앞당기는 핵심적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마을, 언어와 이념으로 묶인 국가라는 강력한 세 공동체 중에서 현재는 가정과 마을이 무너지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도 붕괴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인류의 행복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혈연 중심의 가정과 지연 중심의 마을을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의 공동체와 인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을 기반으로 해 국가를 초월할 수 있는 최상위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의 가정이 감당했던 육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출산율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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