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찾아낸 신비의 섬 ‘탐라’
이방인이 찾아낸 신비의 섬 ‘탐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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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耽羅紀行·1998)

日 국민작가·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
주간지 기행문 시리즈 연재 후 발행
국내서 1998년 간행돼 절판 희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탐라기행(耽羅紀行)(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표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탐라기행(耽羅紀行)(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표지.

지난 6~7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주 북페어 2019’(주관 탐라도서관)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우리 책방을 초대해 준 책과 관련된 행사들이 모두 독서의 계절인 10월로 몰린 탓에 주말이면 매번 책 짐을 쌌다가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좀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었고, 장소도 실내 체육관이라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참여해서 그런지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이 작음에도 답답함을 느끼기보다는 다양한 참여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그 이틀간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었다. 비록 무거운 책 짐을 책방에서 행사장까지 옮기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행사가 지금보다 많아져서 독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더 많이 더 자주 펼쳐졌으면 싶다.

각설하고 그 때 우리 책방 부스를 찾은 한 독자가 찾으시던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련다.

그 분이 꼭 보고 싶은 데 일찍이 절판돼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다고 번역본이든 원서든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필자도 관심이 가는 책이라 일본 출장길에 적당한 가격이면 보이는 대로 수집하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 책은 바로 일본의 국민작가로 저명한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 1923~1996)가 쓴 탐라기행(耽羅紀行)’(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이다. 이 책은 원래 1971년부터 주간 아사히(週刊朝日)에 연재된 가도를 가다(街道をゆく)’ 기행문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1986년에 아사히신문사에서 시리즈의 28번째 책으로 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에야 번역되어 간행되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곧 절판되어 지금은 아주 보기 드문 책이 되었다.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탐라기행(耽羅紀行)(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판권.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탐라기행(耽羅紀行)(박이엽 옮김, 학고재, 1998) 판권.

국내에서도 애독자가 많은 저자의 본명은 후쿠다 사다이치(福田定一)이다. 시바 료타로는 사기(史記)’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을 따라가기는 요원(遼遠)하다는 뜻에서 스스로 지은 필명이라고 한다. 위대한 역사가인 사마천에서 필명을 따올 정도였으니 그의 역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한 작품을 집필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수집해서 연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는 이 책을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는 바이다. 자신의 모국인 일본은 물론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해박한 그의 지식을 이 책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모든 부분이 다 맞을 수는 없겠지만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제에 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제주에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제주로 오기 전에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외려 여기서 살았던 지난 8년여의 시간들이 이 책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기행문에서는 제주 토박이 작가들이 쓴 글에서 느낄 수 없는 낯선 외국 작가의 시각이 담긴 부분들도 많이 눈에 띈다. 그의 글 속에 보이는 우리와 다른 그만의 관점 속에서 우리 스스로는 볼 수 없는 뭔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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