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만에 뱉어 낸 절규 “나 죄 어수다” 사진에 담기다
71년 만에 뱉어 낸 절규 “나 죄 어수다” 사진에 담기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4.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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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념사업위·도민연대, 23일~5월 21일
평화기념관서 ‘나 죄 어수다’ 사진전 개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도민연대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4·3수형생존 18인의 이야기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을 연다. 사진=이규철 작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도민연대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4·3수형생존 18인의 이야기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을 연다. 사진=이규철 작가

“나 죄 어수다”. 제주4·3 수형생존인 임창의 할머니(98)가 지난 1월 17일 열린 4·3 재심재판에서 외친 최후 진술이다.

70년 넘게 옭아매진 전과 기록을 털어 내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걸어 온 지난 2년간의 힘겨운 발걸음은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이자 역사로서 흑백 사진 속에 기록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4·3도민연대가 주관하는 4·3수형생존 18인의 이야기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이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사진전에는 4·3 수형생존인 18명이 2017년 4월 19일 제주지방법원에 ‘4·3재심 개시 청구’ 소장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월 17일 무죄와 다름없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촬영한 50여점의 사진들로 채워진다.

사진은 이규철 작가(50)가 촬영했다.

본인을 ‘육지 것’이라고 표현한 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판사가 청구인에게 최후 진술을 청하자 98세의 할머니는 ‘나 죄 어수다’하고 크게 소리쳤다”며 “이 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조국에 외치는 71년 묵은 한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질곡의 한반도 역사, 끝나지 않은 분단의 상황을 직시하면서 살아생전 말할 수 없었던 공포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알려야 한다”며 “제주 사람에게 제주의 그림자가 사라지도록 육지 것들이 상처를 보듬고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3도민연대 관계자는 “임 할머니가 단말마처럼 외친 ‘나 죄 어수다’ 이 다섯 글자가 사진전의 제목이 됐다”며 “이번 사진전은 완전한 4·3 해결을 위한 진상 규명과 희생자의 진정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기록”이라고 얘기했다.

수형생존인 18명의 ‘역사’를 기록한 이번 사진전의 개막식은 23일 오전 11시 제주4·3평화공원 2층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도민연대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4·3수형생존 18인의 이야기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을 연다. 사진=이규철 작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도민연대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4·3수형생존 18인의 이야기 ‘나 죄 어수다’ 사진전을 연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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