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은 취소됐지만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난제
녹지병원은 취소됐지만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난제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04.17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파장과 전망]
道 "개원 의지 없다"...녹지 측 처분 취소-손배 소송 등 제기 가능성
공사 중단 헬스케어타운 사업 정상화 여부에도 영향 미칠 듯 '촉각'
지역주민 반발, 일부 토지 반환 소송 움직임...제2의 예래단지 우려
대책 마련 시급...도-JDC-복지부-녹지 4자 협의 추진될지 관심 집중

국내 첫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이 좌초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2월 녹지병원에 외국인 관광객만을 진료 대상으로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지만 3개월간 시한 내 개원하지 않자 결국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병원 허가는 4개월여 만에 취소됐지만 앞으로 소송 제기 여부나 제주헬스케어타운 기능 정상화, 병원건물 활용 방안, 영리병원 허용 등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건부 허가는 본질 아니개원의지 없다

제주도는 녹지병원 개설 취소 처분과 관련, “지난해 12월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자고 수차례 제안해도 녹지 측은 이를 거부하다 기한이 임박해서야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실질적인 개원 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녹지 측은 사업계획에도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제시했다내국인 진료 여부는 녹지병원 개원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병원을 개원하지 않은 것은 모순된 태도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녹지 측이 외국인 관광객 진료에 한정해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한 것에 대한 수용여부를 떠나 병원 개원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청문주재자인 오재영 변호사는 청문 의견서를 통해 15개월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소송 제기가 3개월 시한 내 개원 준비를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또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 상 중요한 부분이 아님에도 녹지 측이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았고 의료인 이탈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으며 당초 병원 개설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 과정에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녹지병원 부활 여지, 법원 판단에 달려

녹지병원 허가 취소 처분과 관련, 녹지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허가의 위법성을 놓고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제주도는 법원이 각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개설 허가 취소로 소송의 실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녹지 측은 이번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과 기존 소송을 병합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제주도가 이기면 녹지병원은 최종 무산된다. 이럴 경우 녹지병원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이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미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 과정에서도 공공병원 활용 주장 등이 제기된 상태로 향후 헬스케어타운 기능 정상화와 맞물려 논쟁이 예상된다.

만약 제주도가 패소할 경우 녹지병원은 조건부 허가가 난 지난해 125일 이전으로 돌아간다. 녹지 측이 새로 허가를 신청해 부활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다만 조건부 허가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녹지병원이 부활한다고 해도 외국인 한정 등 제한적으로 허가될지,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녹지 측이 사업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녹지 측이 공사대금 1218억원을 시공사들에 지급하지 않아 건물이 압류당한 점에서 소송 제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녹지 측이 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중재를 청구할지도 관심사항이다. 녹지 측은 청문에서 제주도의 허가 취소는 한중 FTA에 담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ET)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ISD 중재 청구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정상화 향방 촉각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 재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헬스케어타운은 녹지그룹이 15674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동홍토평동 일원 1539013부지에 녹지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210월 착공했고 당초 2018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사드사태 이후 자금줄이 끊겨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녹지병원 허가 취소로 녹지 측이 헬스케어타운 공사 재개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만약 헬스케어타운 사업이 중단될 경우 지역주민들이 토지 반환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녹지병원 허가 취소에 따라 일부 주민들이 수용된 토지를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녹지병원과 헬스케어타운은 사업계획 승인 및 최종 허가권자, 사업자, 투자자가 모두 다른 만큼 해당기관인 제주도JDC보건복지부, 녹지그룹 4자간 협의가 추진될지 주목된다.

제주도는 녹지병원 허가 취소와 별도로 헬스케어타운 기능 정상화를 위해 사업자인 JDC와 투자자인 녹지, 승인권자인 보건복지부, 제주도 간 4자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도 최근 중국 상하이 녹지그룹 본사를 방문해 장옥량 총재와 면담을 갖고 헬스케어타운 공사 재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부터 취소까지

국내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201512월 보건복지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20178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지하 1지하 3층 연면적 17679규모 녹지병원을 짓고 제주도에 허가를 신청했다.

영리병원 논란에 휩싸이자 2018년 제주도는 공론화를 결정했다. 녹지병원 공론조사위원회는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2018104일 개설 불허(반대 58.9%)를 권고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5일 대내외적 파장과 공공의료 붕괴 우려를 감안해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로 허가했지만 녹지 측이 3개월 개원시한을 어기자 청문을 거쳐 허가를 최소했다.

한편 영리병원 도입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12월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정으로 시작됐다. 당초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만 허용됐지만 투자가 저조하자 2004년 말 내국인 진료 허용으로 법이 개정됐다.

20062월 제정된 제주특별법은 도지사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조례도 만들어졌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