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이야기
신발 이야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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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는 신발을 신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발의 보호기능에서부터 계급을 나타내기까지 신발은 최초의 실용적인 교통수단이었다.

바늘을 사용하여 옷을 만들어 입었던 무렵부터 신발이 등장했을 것이다. 추위를 극복하고 뜨거운 햇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이 만들어졌듯이, 신발 역시 동상을 방지하기 위해 혹은 바닥의 열기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추운 곳과 뜨거운 사막 지역에서 먼저 발전하게 되었다. 신발은 나무껍질이나 풀, 짐승의 가죽이나 털을 이용해 발을 묶어 싸던 것에서 시작하여 차츰 정해진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집트에서는 왕이 신던 샌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식물 섬유로 만들어졌으며 당시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는 샌들을 벗는 것이 예절이었다. 투탕카멘 왕의 샌들은 나무 밑창에 가죽, 목피, 금과 구슬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샌들 장식에는 걸을 때마다 짓이겨 뭉갠다는 의미에서 적의 모습을 그려놓기도 했다. 구두창이 없고 발을 감싸는 부드러운 가죽신인 부츠는 앗시리아시대에 처음 등장했고 이 무렵 말을 탄 기병이 등장하는데, 부츠는 기병들이 말을 타고 이동하기 쉽도록 개발된 것이다.

신발에 신분차이를 둔 로마 시대에는 직업에 따라 색깔이 다른 샌들을 신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로마에서는 신발을 만드는 제화공이 인기 직업이기도 하였으며 11세기말 중세 유럽에서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구두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신발의 종류는 다양하게 늘어갔다.

우리 고유의 신발을 대표하는 짚신은 농경사회에서 흔한 재료였던 볏짚으로 삼은 신으로, 마한시대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사냥을 자주 하여 짐승의 가죽이 풍부한 데다 자주 말을 타야 하는 북부 지방에서는 가죽신을 발전시킨 반면, 말을 적게 탔고 가죽 제품이 적은 남쪽 사람들은 풍부한 짚으로 짚신을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려에 들어와서는 말을 타거나 할 때 사용하는 목이 긴 신발보다는 목이 없는 신발을 주로 신었다. 서민들은 가죽신보다도 초리(草履), 즉 짚신을 많이 신게 되었다. 고려시대 짚신의 확대는 고려가 불교의 영향으로 짐승을 죽이는 것을 권하지 않았고, 가죽의 생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생업에서 수렵의 비중이 크게 줄고, 농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농업의 부산물인 짚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신발은 크게 혜, , 리 로 나뉘어진다. 재료도 다양하여 가죽, 비단, , 나무 등 종류가 수없이 많았다. 가죽신은 왼쪽, 오른쪽이 없었으며 가죽은 주로 노루가죽(생피)을 처리하여 썩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은 팔자 걸음을 걸어야 벗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양반의 팔자 걸음은 신발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상인은 짚신, 천인은 짚신, 나막신을 신었으며 양반이라도 길을 떠날 때는 짚신이나 삼신을 신었다. 부녀자들은 초혜에만 의지하였으며 갓 신, 마른신은 상류층이 신었다. 비신이라 불리는 나막신은 나무를 파서 만든 것으로 부녀자들은 외출이 거의 하지 못하여 여자들은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다.

구두는 한국전쟁 후 군화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급속한 발전을 보기 시작했는데 일부에서는 미군화를 뜯어서 만들었으므로 너무 투박했다. 그 때문에 여자들은 가죽을 얇게 해서 그 자국으로 다시 제작하여 만들어 신기도 하였으나 미국에서 보내온 구호 물자 속의 양질의 구두가 쏟아져 나옴으로써 멋쟁이 여성들은 그 구두들을 많이 애용했다.

60년대 기계화의 도입으로 70년대에는 수제화에서 기성화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수출산업의 증대로 스포츠화의 생산증가와 더불어 좀더 다양한 용도와 색상 및 디자인 연구가 서서히 진행되어 70년대 후반에는 운동화 산업이 질적, 양적 두 측면에서 급성장을 이루게 된다. 금강제화의 랜드로바는 Dress Shoes의 일색이었던 한국에 최초로 Casual개념을 도입한 브랜드로서 지금도 Casual Shoes랜드로바라고 부를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80년대에는 여성은 높은굽을 대신하는 것을 찾기 시작하였다. 스포츠가 일상화되면서 생활이 간편해지고 클래식한 스타일의 플랫과 낮은굽을 선호하고, 정장에서 캐쥬얼이 크게 유행하였다. 90년대에는 구두는 소수의 스타일에 한정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스타일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활동을 통한 다른 스타일의 신발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새로운 유행에 따라 변신하는 신발 디자인은 첨단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 기술에 힘입어 다양하고 기능적인 혁신을 추구하며 더 이상 겉모양만으로는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디자이너들은 편하게 신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앞다투어 인체공학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택되어진 신발은 대부분 발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작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스타일만으로 신발을 올바르게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발이 점차 건강한 원래의 모습을 잃고 변형되는 이유는 옳지못한 신발의 선택과 사용때문이며 흔히 새 신발을 신었으니 당연히 발이 아플것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며, 이미 발이 아프다는 것은 잘못 제작된 신발을 신고 바야흐로 신발과 발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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