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일까?
성산포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일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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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훈 시인·성산읍노인회장

영주 10경 가운데 제1경인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포에서 요즘 그 유명한 일출이 사라졌다는 소문이 일고 있어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다. 물론 사연은 있다.

성산포 사람들에게 20151110일 저녁 뉴스는 실로 경천동지할 감격스러운 사건이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가 성산포 지역이라는 뉴스가 그것이다.

가히 상상치도 못했던 사실에 이 지역 주민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환영 일색이었다.

그렇지만 기쁨은 거기까지다.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포의 시곗바늘이 그만 거기서 멈춰버리었기 때문이다.

벌써 4년째다. 2공항 대상 후보지에 저촉되는 몇 개 마을 주민들로부터 제2공항 유치 반대 목소리가 일면서부터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전통 마을 일부가 사라지거나 훼손, 멸실될 것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 때문에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곳 지역 주민들은 들어내서 환영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지내왔다.

아무쪼록 이 일로 인해서 지역 내 갈등이 조성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오직 이 사업이 원만히 추진돼 지역 발전에 동력이 돼주기만을 숨죽이며 바라왔던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지역 현안 사항들이 제2공항 건설과 맞물려 멈춰 서버렸고 토지 거래마저 허가 지역으로 묶인 나머지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임에도 지난 4년 동안 누구 한 사람 불평 한 마디 없이 숨죽여 참아왔다.

제주도의 미래 발전 전략을 말할 때 많은 학자, 그리고 도민들은 한결같이 지역 균형 발전을 주장한다. 그 범주 안에 성산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성산포를 비롯한 동부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출봉이라는 명승지 하나 외엔 내세울 만한 경제 인프라 시설은 물론 변변한 위락 시설도 갖춰진 게 없다. 더군다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성산포는 스쳐 가는 관광지로 각인된 지 오래다 보니 지역의 소득은 빈 깡통에 불과하다.

이 같은 처지의 지역 주민들에겐 제2공항 유치야말로 구세주 같을 수밖에 없는 낭보다.

그렇지만 여기 원효대사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의 논리마저 통하지 않은 일부 계층이 더러 있으니 실로 안타깝다.

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용역 결과에서 나온 대체적이고 긍정적인 면보다는 지엽적 문제만을 주장하는 몇몇 학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일부 언론의 보도는 결국 도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해 주민 갈등만을 초래했다.

더구나 이러한 도민 갈등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에 일부 도의원마저도 이들 언론에 편승하는 모양새는 참으로 안타깝다.

2공항 유치 문제로 겪는 갈등을 해결코자 국토부가 마련한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마저도 중단케 하는 결의안을 가결해 버린 도의회의 모습.

어디 그뿐인가. 공항 예정부지가 발표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민 갈등을 지켜만 보던 도의회가 보전지역관리조례에 공항, 항만 등의 시설 등도 도의회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하는 조례개정()를 발의하려 함으로써 결국 지역 주민들은 도의회가 주민 간 갈등을 부채질함은 물론 제2공항 건설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급기야 성산·구좌·표선·우도 지역 등 동부권 주민대표자들은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조례개정() 발의 제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어느 언론에선 이들 지역 주민의 일련의 행위가 도의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무식한 주민의 집단행위로 매도하고 말았다.

과연 이들의 행위가 입법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일까, 아니면 민의의 뜻을 알리려는 이유 있는 행동이었을까. 실로 우리는 그 답이 궁금하다.

성산포 시곗바늘이 멈춰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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