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매체 접근 차단 ‘법적 장치’ 무용지물 전락
유해 매체 접근 차단 ‘법적 장치’ 무용지물 전락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4.15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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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청소년 계약 시 차단 프로그램 설치 의무 불구
처벌 규정 없어 제대로 안 지켜지면서 제 기능 못 해
제주도교육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관련법 개정 요청

속보=청소년들의 유해 매체 접근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유해 매체를 차단하기 위한 프로그램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정작 위반 시 처벌 규정은 없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이하 통신사)는 청소년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불법 음란물을 포함한 유해 매체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제공해야 한다.

또 계약 체결 후에도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 매달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해 차단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사가 법적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마련되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이 유해 매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 제주도교육청은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설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 3대 통신사인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도내 청소년 스마트폰 구입자 수와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설치 건수, 미설치 시 법정대리인 사실 통보 횟수 등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관련 자료 없음’이었다.

이에 따라 재차 해당 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했지만 “통신사들이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나 부모가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하면 대부분 거부하거나 설치 직후 삭제 한다”며 “처음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부터 통신사가 법적 의무사항을 지켜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도내 청소년들의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설치율은 지난해 기준 30.7%에 불과했다(본지 4월 9일자 5면 보도).

결국 제주도교육청은 다음 달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유해 매체 차단 프로그램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통신사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유해 매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구매 당시부터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된다”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과 법적 장치까지 마련돼 있지만 사업자들이 의무를 외면하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이용 정보를 조회·관리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작한 ‘사이버안심존’ 애플리케이션을 각 학교에 보급할 방침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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