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승소 뒤 제주여성 ‘고성민’ 있었다
WTO승소 뒤 제주여성 ‘고성민’ 있었다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4.14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쿠시마 수산물금수 조치 이끌어낸 산업부 고성민 사무관
故 고경표 교수-임기옥 전 도의원 3녀…로펌대신 공직선택
“국민적 관심사, 소송 부담 커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승소로 남다른 보람을 느낍니다, 더욱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11일에 승소한 것이어서 개인적으로나 정부차원에서나 더 기쁜 것 같아요”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산업통상자원부 제주출신 고성민 사무관(35)의 일성이다.

WTO의 위생 및 식품위생(SPS)협정 관련 분쟁은 현재까지 40여건, 이중 피소국이 이긴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의 ‘자신만만’ 하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든 결과였고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방사능에서 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소송의 1심부터 참여한 고 사무관은 “우리 식약처가 현재는 일본산 식품에 대해 안전하고 깨끗한 부분만 수입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고 있지만, 후쿠시마산인 경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을 법리적으로 접근했고 WTO패널들이 제대로 못 본 부분을 원칙적으로 접근해서 얻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 사무관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 출신. 고액연봉을 마다하고 공직으로 접어들게 된 건,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아버지도 제주대에서 무역학을 가르치셨고 공익과 관련된 역할에 대해 어려서부터 말씀을 하셔서 공법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법무법인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중 통상관련 국내 인력풀이 많지 않다는 걸 직접 접하면서 저를 가르쳤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의기 선생님의 조언과 마침 산업통상부에서 공모가 있어 공직생활을 하게 됐다”
故 김의기 WTO선임참사관은 19년간 WTO에 몸담은 국제기구 진출 1세대로 1995년 10년 넘게 끌어온 세계 각국의 커피 원산지 분쟁을 타결짓는 데 기여한 인물이며 작고한 고경표 전 제주대 교수와 임기옥 전 도의원이 그녀의 부모다. 제주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거쳐 서강대 국제대학원, 미국 워싱턴주립대로스쿨을 졸업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합격하며 성장한 그녀는 미국에서 법조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심부터 이 업무를 맡아 야근과 휴일반납 등 말못할 고충이 있었지만 고 사무관은 자신의 업무를 가족에게 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계속 있었고 정말 민감한 문제여서 결과가 안좋으면 정말, ‘매국노’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많았다. 그래서 섣불리 말할 수가 없었어요”

‘제주여성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말에 그녀는 “제주여고를 졸업했다”고 웃으며 말한 뒤 “빈약한 환경에서 정말 고생하시는 공직자분들이 많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꼭 전하고 싶고 더불어 제주의 젊은세대들도 3포세대가 아닌 곳곳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 사무관은 “이번 WTO의 한국승소에도 일본정부가 ‘패소가 아니다’ ‘한국에 수입금지 해제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아직 남은 일이 많다”고 말하며 주말에도 출근길을 제촉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