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난 산맥의 끝, 그리고 시작
마침내 만난 산맥의 끝, 그리고 시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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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10)
몽골 알타이 산맥의 시작점인 옵스노루. 멀리 러시아 알타이 산맥이 보인다.
몽골 알타이 산맥의 시작점인 옵스노루. 멀리 러시아 알타이 산맥이 보인다.

홉드 아이막(우리나라의 도와 같은 행정단위)을 출발해 9일 동안 달려 마침내 몽골 알타이 산맥의 시작점인 옵스 아이막에 도착했습니다. 러시아에서 뻗어내린 알타이 산맥은 이곳 옵스 아이막에서부터 몽골 알타이 산맥으로 불립니다.

옵스 아이막에 있는 옵스노루(호수)는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이기도 합니다.

옵스노루는 옵스 아이막 북동쪽에 위치한 소금호수이자 몽골 최대의 호수로 면적은 3350, 가로 세로 84×79에 달하며 수심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과연 얼마나 큰 호수일지 기대가 됩니다.

아침에 출발할 때 쾌청했던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흐릿해지더니 약간씩 빗방울이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옵스 아이막 도청 소재지인 올란곰에 도착한 후 다시 옵스노루로 갈 무렵 파란 하늘이 보여 안심했습니다.

날씨가 나빠 호수를 제대로 못 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맑아 걱정을 덜었습니다.

몽골 최북단 도시라 중심 도로는 포장이 됐지만, 조성 시기가 오래됐는지 패인 데가 많아 차라리 초원을 달릴 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호수까지 가려면 시간이 빠듯한지 운전사가 무척 서두릅니다.

이번 알타이 산맥 종주를 함께한 딸 경리와 함께
이번 알타이 산맥 종주를 함께한 딸 경리와 함께

9일간 험한 오지를 다니느라 몹시 힘들었는지 딸 경리가 아무 말도 없고 맥이 하나도 없는 듯 보여 측은합니다.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코스였죠. 그것도 첫 해외여행이라고 신났었지만 날마다 험준한 산길을 오르내리고 또 모기에 시달리고 음식과 날씨마저 그렇고. 매년 몽골을 다녔던 저 역시 힘이 들어 사진 찍는 것도 귀찮은데. 딸의 퀭한 얼굴을 보니 무척 안쓰럽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다시 초원으로 들어서자 한결 편합니다. 한참을 달리더니 마침내 운전사가 저곳이 옵스노루다라며 손짓합니다.

옵스노루는 몽골 최대의 호수로 면적이 3350㎢에 달한다. 호숫물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다.
옵스노루는 몽골 최대의 호수로 면적이 3350㎢에 달한다. 호숫물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다.

드넓은 벌판에 파란 물만 보여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는 듯합니다. 호수가 시야에 들어온 이후에도 30분 이상을 더 달려야 호숫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주한 옵스노루. 얼마나 넓은지 분명 호수인데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합니다. 호숫물도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이번 알타이 산맥 종주에서 본 여러 호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날씨가 어두워지고 돌아가는 시간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말에 서둘러 멀리 탑이 세워진 언덕으로 달려갔습니다. 자그마한 언덕에 몇 개의 탑이 있는데 옛 소련 국기와 몽골 국기가 새겨진 커다란 기념탑입니다.

호수 주변 언덕에는 옛 소련 국기와 몽골 국기가 새겨진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호수 주변 언덕에는 옛 소련 국기와 몽골 국기가 새겨진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울찌의 설명에 따르면 호수 저 너머가 러시아로 그곳에 가면 경관이 좋은 곳이 많고 특히 소금산이 있는데 장관이랍니다. 다만 얼마 전부터 그 지역 출입을 금지하고 있답니다. 과거에는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나들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며 아마도 몽골의 체제 변화 때문이 아니겠냐고 합니다.

호수 너머 아련히 눈 쌓인 산맥이 보입니다.

~저 너머가 바로 러시아 알타이 산맥이구나하고 절로 탄식이 나옵니다. 호수 너머 있다는 아름다운 소금산으로 지금은 갈 수 없다니 참 아쉽습니다.

얼마나 크고 또 모양은 어떨지, 식물은 자라고 있을지 궁금한 것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옵스 아이막 도청 소재지인 올란곰은 생각보다 꽤 큰 도시입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북서 방향으로 1336거리에 있으며 1월에는 영하 20~30도의 강추위가 몰아친다고 합니다.

행정구역은 19개 솜(행정단위)으로 나눠졌으며 할흐, 두리베드, 털고드, 허팅, 밍가트 민족 등 86500명 정도가 살고 있답니다.

숙소도 그런대로 괜찮아 9일 만에 목욕도 할 수 있었고, 생필품이 많은 마트도 있어 식사거리를 충분히 사 오랜 만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운전사 남스라이가 남은 일정을 설명하는데 앞으로는 험한 산길은 거의 없고 큰 도로를 따라 이틀간 가면 홉드에 도착한답니다.

지도를 펴고 그동안 우리가 돌아온 길을 살펴 보니 참으로 넓은 지역을 돌고 돌았습니다. 가파르기 그지없는 산을 몇 차례나 오르내리고 강도 여러 번 건넜습니다. 폭풍 같은 바람도 만났었고 숨이 헉헉거리는 불모의 땅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알타이 산맥 종주가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제 조금은 편한 길로 홉드로 가는데 도중에 숙박할 도시가 없어 민박해야 한답니다.

밤이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릴 듯 말 듯하던 비가 여행을 마친 밤이 돼 내려줘 고맙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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