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보행자 사망률 오명 씻어야
최악의 보행자 사망률 오명 씻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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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사망사고는 후진국형 사고로 꼽힌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82명 가운데 보행자 사망자가 37명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5에 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3배로 보행자의 지옥이라는 오명(汚名)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최악 수준이다.

사실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제주지역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교통사고는 차량 1만대당 14.21건으로 전국 평균 9.16건에 비해 1.5배가량 많았다.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의미로 보행 환경 개선 노력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곳이 제주도라는 얘기다.

시민의 보행 생활 환경 실태나 사고 유형별 정밀 분석으로 보행 교통사고를 줄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횡단보도가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는 현실부터 우선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심야 교통사고가 유달리 많다. 또 무분별한 주차, 불법 점유물 등 주변 환경이 정비되지 못한 것도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다.

일회성 단속이나 캠페인만으로는 사상자를 줄일 수 없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준법 의식 선행은 필수다. 무엇보다 사람이 차보다 먼저라는 인식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보행권 강화를 위해 시급한 것 또 하나는 보행 면적이 열악한 도로에 대한 개선이다.

일반 도로 외에 차량 중심이 된 주택과 상가 이면도로 등도 보행에 안전한 도로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

주거·상업지역 내 보도가 없는 골목길은 독일·영국처럼 폭에 따라 제한속도를 시속 10~20로 낮출 필요가 있다. 상습 무단횡단지역은 단속과 함께 전향적으로 무단횡단 방지 신호등 설치, 횡단보도 신설 등의 조치를 병행했으면 한다.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에만 해도 제주시내에서 보행자 사망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다. 보행자 사망사고 증가 추세를 꺾지 못하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는 불가능하다.

보행자 안전펜스와 과속방지턱, 단속시설 설치 등 교통운영 측면에서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아울러 보행자는 무단횡단을 금지하고, 3원칙(서다·보다·걷다)을 지키며, 야간에는 눈에 잘 띄는 밝은 옷 착용으로 안전한 보행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자의 안전운행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줄 때 비로소 보행자 사망사고는 줄어들고 예방될 것이다.

시민 모두가 보행자가 먼저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 패러다임이 전환돼 모두가 바라는 안전 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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