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료원, 달라지나?
서귀포의료원, 달라지나?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4.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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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을 가진 의사가 신경을 건드리는 수술을 하고, 외과 의사가 한 명도 없어 맹장염 환자가 와도 수술을 못하고…” 지난해 제주도의회의 서귀포의료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의원들의 지적이다. 어떤 의원은 “맹장염 수술도 못하는 병원이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
현실이 그랬다. 산남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서귀포의료원의 아주 불편한 진실이다. 해가 바뀌어도 나아진 게 없다. 병원 건물 밖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링거를 꼽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서귀포의료원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봄꽃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서귀포시가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서귀포시는 지역사회 통합형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으로 응모했다.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3년간 국비 100억원을 포함해 모두 200억원이 투입된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응급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생사를 달리한 시민의 사례를 공모 심사위원측에 전달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료체계를 바꾸겠다. 서귀포의료원 응급의료 시설 보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제대로된 의료진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시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임기 동안 서귀포의료원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행정사무감사 때는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간단한 맹장 수술을 위해 시민들이 제주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 등 서귀포의료원에 문제가 많다”며 “제주대학교 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도지사도 시민과의 대화에서 서귀포의료원 문제 해결을 위해 양 시장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얘기 잘 됐는지 제주도가 서귀포의료원 운영을 제주대학교 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 의뢰했다고 한다. 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오는 8월까지 서귀포의료원의 적정 운영인력, 위탁체제의 장ㆍ단점 및 운영관리 비교 분석,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제주도는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 근거를 마련하고 효율적인 운영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다.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제주대병원이 서귀포의료원을 운영할 수 있다. 법에 나와 있다.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지방의료원의 대학병원 등에 관한 위탁 운영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지방의료원 설립 운영 조례 제8조도 의료원의 운영을 위탁할 경우 도지사는 필요한 사항에 대해 위ㆍ수탁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위탁받은 자는 환자의 진료, 인사, 예산, 회계, 조직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경영상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료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도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경영상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적절히 판단해 위탁 운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됐다고 하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은 경영상 상당한 이유가 있다. 최근 3년간 운영 실적은 2015년 -17억원, 2016년 -23억, 2017년 -33억 등으로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귀포시민들은 의료원의 적자 운영을 나무라는 건 아니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프라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이 ‘종합병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 역할을 할려면 병원 운영을 제주대병원에 맡기는 게 답이다.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늦었지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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