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 중심에 선 ‘마을’…제주다움이 경쟁력”
“변화의 시대, 중심에 선 ‘마을’…제주다움이 경쟁력”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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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3.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 시행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문제점도 있지만 시도 계속돼야
마을 주민 주도 관광산업 육성, 지속가능한 마을 관광 활성화 바람직
양적 성장 벗어나 주민 만족 시스템 구축하는 질적 전환 기대감 높아
이즈음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가시두릅이 계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즈음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가시두릅이 계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의 계절이다.

헐벗었던 낙엽수들이 불쑥불쑥 움을 틔우고 화려함으로 치장하려는 벚꽃과 유채꽃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준비를 마쳤다.

각양각색의 잡초들 역시 길거리나 과수원 안에서 고유의 색과 향을 발산하고 있다. 생존과 종자전송이라는 내재된 DNA가 힘을 발하는 시기이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로 두꺼운 옷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던 옷장 안은 조금은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어, 계절의 가벼움은 벌써 변화된 계절 가운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공중파 또는 종편방송사 가릴 것 없이 온통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제작돼 주부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간혹 별로 내키진 않지만 방송 프로그램에 몰입해 있는 아내의 맛있겠다는 표정과 질문에 마지못해 수긍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련한 과거 우리네 농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불과 50~60년 전만 해도 먹거리는 너무나 단순했다. 일요일 외갓집에 놀러 갔을 때 외할머니는 차롱에 꽁보리밥을 떠놓아 선선한 그늘에 위치한 찬장에 보관하고 너무나 짜서 한입에 먹을 수 없는 마농지(마늘 장아찌)와 된장 물이 한 끼 식사에 충분한 한상 차림이었다.

조금 더 계절의 변화가 가속화 돼 여름이 되면 염장을 해 놓은 자리돔을 굽고 물외라도 상에 오르면 최고의 정찬이었다.

어느 새 그때의 상차림을 연상하면 벌써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이게 된다. 넘침에 사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벌써 그 어려웠던 시대를 다 잊어버리고 있다. 그 시대의 삶은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영위했던 것이 아니라 생존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을 것이다.

그 당시 농촌마을의 부자들은 세끼를 거르지 않을 정도의 식량이 비축돼 있고, 비나 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 집을 가지고 있고, 헐벗지 않을 정도의 의복을 갖고 있으면 부자라고 불렸다고 한다.

세월은 흘러 농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그 때의 기준으로 볼 때 모두가 부자이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과 정치적, 사회적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으면 살만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간혹 타운하우스에 그들만의 성을 이루고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문을 꽁꽁 잠근 채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 유명 차들을 몰고 다니는 농촌에서의 꼴불견들을 무시할 수 있다면 참으로 살만한 공간이다. 계절의 변화 못지않게 공간의 변화가 너무나 빠른 우리네 농촌이다.

해마다 이즈음에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마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일반인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거나 낯선 단어인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 그것이다. 작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 이상 농촌마을에 투자하는 것이다. 마을의 리더그룹은 그런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마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심사를 받는다.

지방정부의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한 개의 마을이라도 더 사업대상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한다.

2000년대 들어서며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농촌마을에 대한 사업들의 평가는 많은 맹점들이 드러나 가끔은 언론들이 앞다투어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하나의 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마을들은 수많은 시도를 해야만 한다.

어쩌면 수많은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즈음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네 농촌마을이 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화려한 계절을 보여주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화려한 계절을 보여주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음에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리더그룹과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고, 이제 그 적절한 과정들을 찾고 있다는 것이리라.

시대적인 변화의 상황에 맞는 기업과 기관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뭇매를 맞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이제는 농촌마을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JDC는 그동안 수익 중 일부를 도민에게 환원한다는 취지로 사후관리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생색내기 위한 단기성 사업들 위주로 농촌마을에 투자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도출하고 말았었다.

이제는 누구나 올바른 방향으로 알고 있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욱 치중하려는 변화이다.

그동안 관광산업을 주도해 왔던 중앙정부 및 관련 기관·단체와 차별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해 마을주민 주도 관광산업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고 마을공동체 홍보·마케팅 및 판로 확대 지원으로 성장 발판을 모색하려는 계획들을 수립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로소 JDC가 도민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로 도민들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들을 만들어 내어야 할 것이다. 기관의 눈으로 제주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도민의 눈으로 제주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JDC7대 선도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신화역사공원으로 대표되고 있는 글로벌기업인 람정제주개발에서도 농촌마을과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필자가 속한 단체와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음은 농촌마을들이 배제돼서는 결코 풍요롭지 못함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때를 같이해 제주관광의 성장으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들을 완충시키고, 관광분야의 모든 이해주체와 환경·생태의 동등한 관계, 절차 및 과정, 결과의 분배에 대한 공정성을 토대로 각 이해주체가 기대하는 편익의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양적 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지역주민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27제주특별자치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 김희현·강민숙 제주도의회 의원 공동 발의로 도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다행이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결코 일부 계층만이 독식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제정이 돼서 앞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제주관광산업을 기대해 본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관광은 과정보다 보고자 하는 목적을 중요시 하지만 이미 제주는 관광지로 향하는 수많은 과정들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주 사회 관심의 분위기는 우리네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거론했던 것처럼 변화의 중심에 있는 우리 농촌마을들이 더욱 많은 사례들을 연구하고 주인공으로서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무장이 된다면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제주다운 멋과 맛 그리고 색과 향이 제주도 대표상품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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