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자금의 역외 유출 요인과 대책에 관한 소견
도내 자금의 역외 유출 요인과 대책에 관한 소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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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제주은행장

요즘 지역 경기가 본격 하방국면에 접어드는 등 제주 경제가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광·건설 등 경기민감형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며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불러왔던 지난 수년간을 추억한다면 느껴지는 고통은 더욱 심할 것이다.

도내 부동산 시장은 중국인들의 투자로 불이 붙은 이래 공사장에 말뚝만 박아도 분양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도내 부동산의 비상식적 가격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 저금리 기조에 따른 초과 수요량을 주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 비중이 매우 낮고 삭년세가 보편화한 임대 현실로 볼 때, 대출로 집을 사더라도 이자가 임대료보다 적고 주택 가격도 계속 오른다면 어느 누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가격과 가치에 대한 우리 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가(現價)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합리적 투자는 가격 이상의 가치 즉 가격 가치를 전제로 한다. 자고 나면 오르는 가격에 현혹되다 보니, 이 집이, 이 땅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 한 것은 아닐까?

무리수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결국 축제가 끝나서 모두 떠난 뒤 남은 이들은 그 축제의 대가를 자신들이 치러야 함을 깨닫게 된다.

지난 7~8년간 제주는 유례없는 경기 호황에 따른 부동산 중심 투자로 경제발전 타이밍(timing)을 놓치고,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야기했다. 지가 급등에 따른 막대한 토지 보상 비용을 감안할 때, 향후 제주지역에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확충이 가능할 지 의문 시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우리 도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혈세가 아닌가.

금융의 관점에서 볼 때도 제주지역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편승하며 그야말로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이어왔다.

도내 여신 규모는 2010년 말 10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87000억원으로 8년간 2.9(186200억원) 증가한 반면 도내 수신 규모는 2010년 말 184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61000억원으로 1.4(8600억원) 증가에 그쳤다.

8년간 도내 수신 증가액과 여신 증가액의 차이가 105600억원으로, 도내에서 대출받은 막대한 돈이 도내에 예치되지 않은 것이다.

이 외에도 경제활동을 통해 매년 창출되는 도내 수신 규모도 적지 않을 텐데, 그 많은 돈은 과연 다 어디로 갔을까?

제주지역은 지리·경제적 여건상 민간부문에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많다. 산업 부문에서는 제주지역 이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의 증가, 본사가 역외에 있는 기관(업체)의 지사·지점의 확대, 외지 건설업체에 의한 역외 수주 규모 증가가 주된 요인이고, 금융 부문에서는 본사가 서울 지역에 위치한 전국형 금융기관에 의한 자금 유출 규모 증가, 상호금융의 중앙회를 통한 지역 자금 역외 유출 등이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2008년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03~2007년 민간 부문에서 약 55000억원의 자금이 역외 유출됐다. 지금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도내에서 조성된 자금이 역내로 환류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제주의 구조적 현실이다.

얼마 전 중앙경제지 광고란에 6개 지방은행 공동으로 대정부 지자체 금고지정 지정 합리적 개선 등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정책 촉구를 내용으로 한 지자체 금고지정기준 개선에 관한 지방은행 호소문이 실린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내()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환류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 내지 지역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공적인 조성 자금부터 지역 내 예치를 통해 역내 선순환의 자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 도민 사회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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