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번째 봄...잊혀진 흔적 찾아 걷는 길
71번째 봄...잊혀진 흔적 찾아 걷는 길
  • 장정은‧김나영 기자
  • 승인 2019.04.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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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의귀‧북촌‧금악‧가시마을 등
제주4‧3길 6곳, 과거‧현재 연결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곤을동
6일 도령마루서 해원상생굿 열려

눈물밖에 모르던 우리였습니다. 4월만 되면 뼈가 시리도록 아팠던 세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잊지 않았기에, 43은 우리의 기억이 됐습니다.”(송승문 43유족회장)

43의 아픔이 제주를 지나간 이후 71번째 봄을 맞았다. 43은 더 이상 우리만의 기억이 아닌 대한민국의 역사로 거듭나고 있다. 그중에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43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도내 43유적지는 총 596곳에 달하고 있다. 그중엔 43을 알기 위해 반드시 다녀가야 할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곳이 있는 반면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져버린 공간도 다수를 차지한다. 이번 주말에는 43을 기억하며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걷는 4·3=71년 전 역사적 비극의 흔적이 남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제주 4·3길은 현재 모두 6곳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조성된 안덕 동광마을 4·3길은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 당시 집성촌이었던 집터와 올레 등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삼밧구석마을 터와 영화 지슬의 촬영 장소인 도엣궤’, 학살의 아픔을 담은 임문속 일가 헛묘무등이왓마을 최초 학살 터’, ‘잠복학살 터등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조성된 남원 의귀마을 4·3길은 집단 학살당한 주민들의 시신이 안장된 현의합장묘’, 군경들이 주둔했던 의귀초등학교와 민오름주둔소, 주민들의 은신처 영궤등을 주요 코스로 하고 있다.

또 조천 북촌마을 4·3길은 북촌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동쪽의 당팟과 서쪽의 너븐숭이로 나뉜다. 당팟은 100여 명의 주민들이, 너븐숭이에는 300여 명의 주민들이 학살됐다. 너븐숭이 43기념관에는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작가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한림 금악마을 43길은 잃어버린 마을들을 찾아가는 길이다. 141명의 주민들이 밭농사를 하며 살고 있었지만 전소돼 폐촌돼버린 웃동네, 한때 50여 가구가 살았지만 소개령으로 지금은 대나무만 남아버린 동가름, 학살된 민간인들의 묘역인 만뱅듸 묘역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표선 가시마을 43길은 43당시 마을 주민들이 보초를 서던 마두릿동산과 한때 20여 가호에 10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았지만 잿더미가 된 잃어버린 마을 새가름, 가시리 주민 12명이 희생된 달랭이모루 등이 있다.

오라동 43길은 주민 100여 명 중 13명이 희생당하고 폐촌돼 끝내 복구되지 못한 어우눌과 43당시 토벌대에 의해 건물 5동이 불탔지만 현재 본래의 모습을 갖추게 된 월정사,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으로 불타버린 마을 선달뱅듸 등을 가볼 수 있다.

43평화기념관=43평화기념관은 43을 알고 싶다면 필수적으로 들려야할 코스로 인식된다. 매년 4월이 되면 각계를 대표하는 수장들이 제주로 내려와 43을 추모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희생자들의 추모공간인 위령제단을 비롯해 당시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층 전시실에서는 43생존희생자들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이들의 트라우마 치료로 진행한 그림채록의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는 어쩌면 잊혀졌을 풍경이 열리고 있다.

기념관은 실제 희생자들의 발굴유해 등이 봉안돼 있는 역사의 산실이기도 하다. 기념관 내부에는 14120명의 희생자의 이름을 새겨 넣은 각명비들과 희생자 중 행방불명인들을 위한 표석 3896기가 세워져 있다. 실제 발굴유해 400구가 봉안돼 있는 봉안관도 있다.

이와 함께 기념관은 어린이가 43역사를 재미있게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어린이체험관도 마련했다. 체험관은 어린이의 목소리로 43을 설명하는 샌드애니메이션 감상부터 당시 43피해자들이 숨었던 실제 동굴 크기의 공간도 마련돼 당시 희생자들의 공포를 느껴볼 수 있다.

다랑쉬 오름=다랑쉬 오름은 43의 대표적 학살터 중 하나로 당시 굴에 피신해 있던 민간인 11명이 군·경 합동토벌대가 굴 입구에 지른 불의 연기로 질식사한 사건의 장소다. 현대에 와서는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 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와 송당리에 걸쳐서 위치하고 있는 다랑쉬 오름은 오름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다랑쉬굴에서 43당시 존재했지만 지금은 없어진 다랑쉬 마을 사람들의 유골이 발견된 아픔이 있는 오름이기도 하다. 다랑쉬 굴로 가는 초입길에서 다랑쉬 오름으로 좀 더 가다보면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라는 제목으로 사라진 다랑쉬마을에 대해 자세히 적어놓은 비석과 함께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기타=이외에도 사건 당시 마을 전체가 사라진 곤을동과 도령마루, 대표적인 4·3유적지 등으로 남아있다.

곤을동은 제주시 화북1동에 위치한 4·3 당시 초토화돼 터만 남아있다. 현재 폐허가 된 터에는 양옥집 한 채만이 남아있다. 입구엔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에서 세운 잃어버린 마을표석이 세워져 있다.

도령마루는 현기영 소설가의 도령마루의 까마귀를 통해 일찍이 언급된 바 있지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6일 오전 10시 이곳에서는 43기념사업회가 당시 희생된 도민들의 원혼을 위로하고 학살터였던 공간을 치유하는 의미의 해원상생굿을 펼친다. 주관은 제주민예총이, 집전은 제주큰굿보존회가 진행한다.

 

 

장정은‧김나영 기자  jeun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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