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는 아이들의 생활비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활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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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소소는 고등학생이다. 친구와 함께 또다른 친구를 때려 소년 보호재판에서 회부됐다. 소소 엄마, 그리고 아빠도 상담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위탁보호위원 상담 처분을 받아 만나게 됐다.

소소의 부모님은 소소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소소의 친권과 양육권은 엄마가, 면접교섭과 양육비 지급은 아빠가 하는 것으로 해 협의이혼했다.

부모는 이혼 당시 미성년이었던 소소에 관련한 부분들을 협의해 결정했지만 실상 소소를 염두에 두고 했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이혼만 먼저 하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고 했다. 이혼 후 두 사람은 일절 연락하지 않았고 소소는 아빠와의 만남이 단절된 채 엄마와 지냈다.

소소 엄마는 소소와 행복하게 지낼 날만을 고대하며 밤낮 없이 일했고 양육은 먼 친척뻘 되는 할머니께 맡겼다.

그런데 소소는 자라면서 할머니와 맞지 않는다며 제발 혼자서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결국 소소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는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고 소소 혼자 집에서 지내다가 차츰 친구들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소소 엄마는 아무리 일을 해도 늘 생활은 쪼달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지출해야 할 비용은 늘어나는데, 언젠가부터 학교 선생님, 경찰 등에서 연락이 오며 소소가 문제 학생’, ‘비행 청소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생활비와 교육비 감당이 어렵고 아이 훈육도 제대로 안 되자 소소 엄마는 결국 소소 아빠에게 연락을 했다. 중학교 3학년, 소소는 드디어 아빠와 만났다.

소소 아빠는 아이는 보고 싶었지만 연락을 하면 전 부인과 다시 정서적으로 얽히게 될까봐 내내 망설였다고 했다. 그 시간 속에서 무엇보다 소소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다고 했다. 이제는 양육비도 지급하고 소소를 만나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며 뒤늦게 부모 자식 간 정을 느끼게 돼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소년 보호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소소네와 같은 가정을 종종 만난다. 아이와 따로 사는 부모가 양육비를 덜 주거나 안 주면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가 그 부담을 다 진다. 양육비가 든든하게 지급될수록 아이는 성장에 필요한 여러 시도를 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갈등을 그대로 가진 채 이혼만 빨리 하게 되면 미처 부모 사이에 있는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한 쪽 부모와 어쩔 수 없이 단절될 확률이 높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어차피 헤어진 사이, 어떻게든 혼자서 아이를 양육하려고 노력하다가 도저히 생활비 감당이 안 돼 아이가 한참 성장한 후 뒤늦게 어쩔 수 없이 양육비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그동안 밀린 양육비와 앞으로의 정기적인 양육비 지급을 원하지만 아이를 보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법원에서 가사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 양육비와 면접교섭이 함께 지급되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그 경우 뒤늦게 양육비 청구를 한 부모는 괜히 양육비 지급 신청을 했나 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혼자서 키울 때 손톱만큼의 도움도 주지 않던 사람인데 고생하며 다 키워 놓으니 쉽게 몇 시간 아이를 만나며 부모 역할을 하려는 상대방을 보면 미움의 감정이 다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면접교섭은 정서적인 지원이고 양육비는 경제적인 지원이라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 두 가지 지원을 지속하는 것이 이혼 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린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도 양육비를 받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양육비를 청구하려고 했더니 상대방에게 아이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과연 맞는지 고민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아이와 따로 사는 부모는 아이를 만나고 싶고 양육비 지원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분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양육비 이행관리원, 그리고 법원은 자녀와 부모,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기 위한 전문가가 많다. 용기를 가지고 도움을 청해 보시길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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