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상생으로
이제는 상생으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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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지난 3, 최초 역사의 현장이던 관덕정에서 집회가 있었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반세기 넘게 눌러온 한을 풀기 위해 나선 이들이다.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유족들의 목소리는 굵은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용솟음 친다.

사건의 일어난 계기는 194731일 삼일절 기념식 후 이곳 관덕정에서 가두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구경나온 6살 아이가 기마 순경의 말발굽에 깔리고 도망간 순경을 쫒아 경찰서를 향한 군중에게 발포하여 6명이 살해된다.

도에서는 이를 항의하기 위해 관공서를 포함한 제주 전체 파업이 있었고 사건을 조사한 군정에서는 민심을 수습하기 보다는 남로당이 선동했다는 주장으로 좌익척결이 주력했다.

이후 194843350명의 무장대가 도내에 있는 12군대 경찰서를 공격하며 경찰은 함정을 동원해 해안을 봉쇄하려 했으나 오히려 도민들의 반발심을 초래하며 사태는 더욱 악화 되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척박한 땅을 일구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이데올로기 병폐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체 죽어야만 했다.

봄비가 거칠게 내리는 오늘, 하늘이 뚫렸는지 어제까지만 해도 고요하던 하늘은 하루속히 영령들의 한을 풀어 달라는 애원으로 들린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잠들지 않는 남도

 

노랫가락이 구슬프게 심금을 울린다. 차가운 가슴에 불바람이 몰아친다.

4.3의 흔적은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 없는 선량한 우리 도민들이다. 가족 중에 희생자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 우리 모두는 죄인일 수 밖에 없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존엄성이다. 공권력의 과오를 뉘우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 오욕의 역사를 정의롭게 청산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제주도민의 숙원은 화해와 상생이다. 역사의 아픔을 교훈으로 삼아 더 이상 비극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하나되어 이토록 울부짖는데 정부는 이제 진정성을 가지고 응답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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