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보의 ‘앙큼한 상상’…“김만덕 여행길 만들어 볼까요”
여행 바보의 ‘앙큼한 상상’…“김만덕 여행길 만들어 볼까요”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03.01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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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사막 대표 
김윤희 대표는 1990년대 말 ‘후회없이 돌아보자’란 젊은 방랑자의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채 1년 2개월간 2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

국내 자유여행분야 최고로 꼽히는 ㈜사막 김윤희 대표(42)를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그녀의 일터에서 만났다. 여행은 멋지고 신나게, 준비는 쉽고 간편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그녀는 제주관광 정책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지난번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됐을 때, 저는 또다른 제주를 보게 됐어요. 며칠 동안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SNS)으로 올라온 제주의 설경은 ‘겨울왕국’ 그 자체였어요. 제주에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이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설경을 알려야겠구나. 제주에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고 보내달라 했지요. 물론 그때 제주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애쓰신 것을 생각하면 좀 죄송스럽긴 해도, 그 며칠 사이 어머니가 보내준 중산간 눈쌓인 오름들 사진은 정말 일생에 몇 안되는 기회라 생각해요.”

김윤희 대표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당시 눈 속의 제주 사진을 보여줬다. 폭설로 인한 재난상황이었다는 뉴스만 기억하는 이들에겐 깜짝 놀랄만한 모습들이었다. 여행업계에서 일한지 이제 10년을 훌쩍 넘긴 그녀다운 발상이다.

웹디자인분야가 생소하던 1990년대 말, IT업계에서 주목받던 디자이너였던 그녀가 ‘통장엔 잔고가 쌓였지만, 기계처럼 일만 하는 자신이 싫어’ 미련없이 직장을 떠나 결행했던 것이 세계여행이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수학여행과 기껏해야 1박2일 MT 밖에 다녀온 적이 없는 제주섬 처녀의 대단한 도전인 셈이다.

1년 2개월간 ‘후회없이’ 돌아보자며 젊은 방랑자의 몫인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채 20여 개 국을 돌아다닌 후 새롭게 시작한 것이 여행정보를 나누는 일이었다. 2004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여행 카페 ‘사막’의 문을 열고 시작한 일이 현재는 세계 곳곳의 한인들이 운영하는 숙소와 여행정보를 소개하는 ‘민박다나와’라는 사이트를 운영, 여행패턴의 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외환위기 이후, 당시 많은 이들이 힘들어했는데, 돈이 없어도 여행을 통해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지요. 해외여행 때 만났던 한인숙소 사장님들이 한인민박 홍보 사이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실험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지요.”

그때가 2008년, 해외여행의 붐이 일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해외 150개 한인숙소로 시작된 민박다나와는 현재 170여 개 도시, 1800개가 넘는 한인숙소가 등록돼 있는 유명사이트가 됐다.

물론 처음 회사를 열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나면,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을 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

민박다나와는 이미 등록된 민박이든, 새로 신청을 받은 민박이든 주변 관광 정보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사업 노하우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일년의 절반을 국내·외 관광지에서 보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을 돌아다녀봐도, 제주만한 곳이 없었어요. 제주가 고향이어서가 아닙니다. 한라산과 360여 개 오름이 만들어내는 그 풍경, 최근 제주 밖에서 주목받고 있는 곶자왈, 바다와 제주섬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건 외부의 평가입니다.”

그녀가 조심스레 제주 관광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제주의 진짜 모습을 소개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깃발 따라 우르르 몰려와서 입장료가 무료인 곳만 골라 가는 것, 이제 지양돼야 합니다. 그렇게 제주에 4000만명이 온다면 ‘제2공항이 왜 필요하냐’라는 질문에 이제 솔직해야지요. 지금 1500만명, 그들이 남기는 건 ‘쓰레기’ 뿐이라고 하는 이도 많습니다. 그 쓰레기들을 제주 사람들이 치우고 있는 셈이지요.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녀의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관광으로 이름난 도시의 공통점이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거나 지역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 고유성이 폐쇄성을 뜻하지 않는 것이란 여러 이야기들은 제주에 대한 그녀의 오랜 관찰인 듯 했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수만명의 사람을 구휼한 김만덕이 관직과 상을 마다하고 소원했던 게, 금강산 여행이었지요. 정조대왕은 그런 김만덕을 경복궁에 초대하고 금강산 여행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방관아에 명을 내렸다고 하고. 김만덕 할망, 정말 멋있지 않아요? 제주에서 금강산까지 김만덕 여행길을 만들어볼까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녀가 19년 동안 제주에서 살았던 고향집이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기념관으로 변신했다니, ‘만덕여행길’이 진짜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김유희 대표는…김윤희는 제주에서 나고 제주중앙여고와 성신여대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세계여행을 다녀온 후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에 변화를 이끈 여행분야의 새로운 개척자중 한 명이다. 자유여행,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여행정보 사이트 ‘민박다나와’를 운영, 150여 개 국가의 한인민박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한편 국내 자유여행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2014 대한민국 서비스 만족대상 한인숙소예약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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